사회 사회일반

스토킹 범죄 피해자 하루에 35.8명 발생…검경 대책 실효성 있을까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1일 오후 대전서부경찰서를 방문해 관계성 범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9일 대전 서구에서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달아난 뒤 하루 만에 붙잡혔다. 대전=연합뉴스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1일 오후 대전서부경찰서를 방문해 관계성 범죄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9일 대전 서구에서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달아난 뒤 하루 만에 붙잡혔다. 대전=연합뉴스




최근 전국에서 잇달아 스토킹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토킹 범죄 피해자 수가 1년 새 10%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검경은 스토킹 범죄를 포함한 관계성 범죄에 대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피해자 수는 지난해(잠정통계 기준) 1만 3075명으로 전년(1만 1841명) 대비 10.4% 늘었다. 2022년 1만 545명이 피해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약 2500명이 늘어난 셈이다. 일평균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35.8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발생 건수도 지난해 1만 3283건으로 집계돼, 전년(1만 1992건) 대비 10.7% 늘어났다. 검거 인원도 2022년 9895건에서 2023년 1만 1520건, 지난해 1만 2688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 달 사이 스토킹 범죄에 휘말려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 의정부에서는 50대 여성이 전 직장동료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여성은 지난 3월부터 스토킹과 관련해 세 차례나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잠정조치가 검찰 단계에서 기각되면서 살인으로 이어졌다. 28일 울산에서도 20대 여성이 전 연인이 휘두른 흉기로 인해 중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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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살인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동거 중이던 5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중국 국적 60대 남성 김 모 씨가 현행범 체포됐다. 피해자는 지난달 26일과 2023년에도 경찰에 김 씨를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6일에는 피해자가 “말다툼이 있었지만 해결됐다”고 답한 뒤 연락이 두절돼 사건이 종결됐고, 2023년에는 김 씨의 폭행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은 2일 김 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과 검찰은 스토킹·교제살인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31일 관내 교제살인이 발생한 대전서부경찰서를 찾아 “최근 연이어 발생한 스토킹·교제 살인으로 국민 여러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경찰청장 직무대행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재범 위험이 높은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유치장 유치 등 분리조치를 시행하고, 가해자 주변에 기동순찰대와 순찰차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재범 심리를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대검찰청도 지난달 30일 일선 검찰청에 스토킹 잠정조치 신청사건 처리 개선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최근 의정부·울산 살인·살인미수 사건에서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대상으로 잠정조치를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기각되거나 강도가 약한 일부 잠정조치만 받아들여진 것으로 전해져 비판이 일어난 바 있다. 검찰은 스토킹 전담 검사가 직접 피해자 진술을 들어 기록에 누락된 스토킹 행위와 재발 우려를 보완해 적극적으로 잠정조치를 청구하고, 관할 구역 내 스토킹 담당 경찰과 상시 연락 체계를 구축해 잠정조치의 속도를 높이도록 했다.

현장에서는 수사기관과 피해자 사이 ‘범죄의 공포’에 대한 미스매칭이 범죄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과 순찰 강화 외에도 스토킹으로 인한 강력 범죄가 언제든 긴박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민형사상 접근 금지 명령을 위반해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처벌법에 ‘합리적인 공포(reasonable fear)’에 대한 개념을 도입해 범죄 사안에 대해 피해자가 얼마나 공포를 느낄만한 상황인지를 토대로 범죄 여부를 판단한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스토킹범죄 피해자 구제 및 대응체계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에서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 간 물리적·공간적 분리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면서도 “법원은 스토킹범죄에 있어 구속영장 발부를 신중히 결정해 왔으며, 유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경찰의 사전 구속영장 신청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별도로 취해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비판했다.

윤상연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도 “스토킹 행위자에게 경찰의 직권으로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경찰이 가진 권한도 제한적이어서 접근 의도를 가진 가해자에게는 접근금지를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으며, 범죄로 인정되거나 다른 범죄를 당할 때까지 장기간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해자에게 노출된 이후 피해자의 핸드폰 사용과 재직 상황에 대한 보호조치 등 피해자의 일상을 존중하면서 보호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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