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회계 등 고강도 쇄신…'못믿을 향군' 옛말이죠"

■신상태 재향군인회장

3년전 향군 수장 올라 개혁 지휘

회계 전산화·재정 안정 드라이브

부패 연루땐 즉시 퇴출제 도입도

국회, 예산 늘릴만큼 투명성 높여

제대군인 일자리 주고 복지 향상

사회 기여 안보보훈단체 거듭날것

신상태 재향군인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의 부정부패 척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신상태 재향군인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의 부정부패 척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는 ‘비리 단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지만 지금은 국회가 만장일치로 예산을 증액해 줄 정도로 투명하게 변화했습니다.”



신상태 향군회장은 최근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군의 회계 투명성 확보와 대국민 신뢰 회복 등이 이제 출발선에 섰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육군3사관학교(6기) 출신으로 대위로 전역한 신 회장은 2022년 비장성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향군 수장에 올랐다. 신 회장은 “취임 이후 향군을 ‘국민과 함께하는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쇄신 작업을 쉼 없이 진행했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안보단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보훈단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군은 6·25 전쟁 중 창설된 국내 최대 안보·보훈단체다. 1100만 명에 이르는 일반회원과 회비를 납부하는 정회원 145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223개 시군구회와 3070개 읍·면·동회를 비롯해 해외 13개국 24개 지회로 구성돼 있다. 중앙고속·향군타워 등 9개 계열 기업체에서 나오는 수익은 조직 운영과 다양한 보훈 사업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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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박사인 신 회장의 첫 번째 개혁 키워드는 ‘투명성’이었다. 그는 “회장으로 부임할 당시 향군은 회계 투명성 부족으로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될 정도였다”며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커녕 외면 받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재정 운영과 인력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본부와 시도회 인력을 35%, 산하 업체 인력을 14% 감축했다. 그 결과 연간 영업이익이 180억 원 증가한 반면 비용은 130억 원이 감소해 재정 안정화를 이뤄냈다. 특히 외부 회계감사에서 3년 연속 ‘적정’ 의견을 받은 것은 향군 역사상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신 회장은 “회계 단위가 방대한 데다 수작업 중심의 회계 처리, 전문 인력 부족, 잦은 직원 교체 등으로 회계에 대한 불신이 컸다”며 “이에 전산화를 도입하고 회계법인을 통한 교육과 검증을 병행하면서 신뢰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재정 정상화와 함께 진행된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대출 구조 개선이다. 신 회장은 “과거 향군은 4130억 원 규모의 부채를 고금리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운영하며 연간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부담했다”면서 “이를 일반은행 대출로 전환해 금리를 4.5%에서 3.67%로 낮추면서 연 40억 원의 이자·수수료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부패 근절 역시 신 회장의 집념이 깃든 개혁이다. 그는 “부정부패에 연루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시행했다”며 “취임 직후 임명한 산하 기업 대표이사가 비리를 저질러 4개월 만에 해임시켰다”고 말했다. 이후 향군 내 비리 사건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신상태 재향군인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인터뷰를 마친 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신상태 재향군인회장이 서울경제신문과인터뷰를 마친 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제대군인 복지와 일자리 문제도 향군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신 회장은 “단기복무자(의무복무)는 경쟁에서 불리하고 장기복무자(직업군인)는 취업이 어려운 실정이다”며 “군 복무 가산점제 부활과 근무 경력 인정, 공공기관 채용 우대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향군은 생계가 어려운 6·25 전쟁 참전용사 285명에게 매월 생활 보조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보유 기업 9곳을 통해 수천 명의 제대군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 교류와 안보 협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전협정(7월 27일) 72주년을 맞아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향군포럼’에는 61개국 참전국(22개 군사지원국과 39개 물자지원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전 22개국 중 16개국 향군회장이 참석해 한반도 평화와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국제 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신 회장은 “이번 포럼은 향군이 평화의 사절로서 민간 외교를 주도하는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라며 “재향군인의 날(10월 8일)을 앞둔 9월 24일에는 서울 잠실에서 대학생부터 제대군인, 6·25 전쟁 및 월남전 참전용사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향군은 여전히 4000억 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해 군 민간위탁사업과 K방산 중계 사업 등 수익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향군에 국민들께서도 응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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