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한 달째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제주시 도심 3만여 가구가 큰 불편을 겪었다. 정전으로 인해 도로의 가로등과 신호등까지 꺼지며 혼란이 가중됐지만 2차 피해를 막을 재난안전문자조차 발송되지 않아 도민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4일 한국전력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달 3일 오후 9시 38분께 제주시 일도동, 이도동, 아라동, 오라동을 중심으로 총 3만 1347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는 제주시 동지역 전체 가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전은 "정전 발생 8분 만인 오후 9시 46분에 복구가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주민들의 불편은 훨씬 길었다. 한전의 복구 이후에도 개별 건물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됐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정전은 상점과 주택가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영업 중이던 가게들은 불이 꺼지자 손님과 주인이 우왕좌왕했고 냉장고 안 음식이 상할까 걱정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승강기에 갇히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으며 가압 펌프로 물을 공급하는 아파트에서는 단수까지 이어졌다. 더욱이 케이블 유선방송과 와이파이가 끊기면서 여름철 의존도가 높은 휴대폰 이용마저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번 정전의 주된 원인은 조기에 해소됐지만 아파트나 상가 같은 대형 건물은 정전 시 작동하는 보호 설비 때문에 건물 안전관리자가 수동으로 전기 공급을 재개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은 재난안전 문자 대신 정전 발생 지역 가구에 카카오톡으로 정전 알림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알림은 해당 구역 거주자에게만 발송돼, 관광객 등 제주에 일시적으로 머무는 이들은 정전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어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한전이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 문자 발송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정전 규모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재난 문자 발송 기준은 정전으로 인해 공급하지 못한 전력량이 120㎿(약 6만 가구 동시 정전 규모) 이상일 때인데, 이번 정전 규모는 46㎿였다.
정전 당일 제주지역의 전력 공급은 안정적인 상태였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역 전력수급 실적에 따르면, 당일 공급 능력은 1682.64㎿, 최대 전력 수요는 1010.23㎿로 예비율은 66.56%에 달했다.
한편 한전 관계자는 “정전 시 재난안전 문자 발송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은 한전 본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