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칩·제약 관세까지…뉴욕증시 동반 추락 [데일리국제금융시장]

7월 ISM 서비스 PMI, 0.7P 하락…기대치 미달

고용·제조 이은 적신호…가격지수는 3년만 최고

트럼프 "다음주 반도체 품목 관세…최대 250%"

금리인하 기대도 밀어내…팔란티어는 8%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9월 금리 인하 기대로 전날 반등했던 뉴욕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고용, 제조업에 이어 미국 서비스업 업황까지 부진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자 하루 만에 동반 반락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제약 추가 관세 예고까지 겹치며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1.90포인트(0.14%) 하락한 44,111.7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30.74포인트(0.49%), 137.03포인트(0.65%) 내린 6299.20, 2만 916.5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아마존(0.99%)을 제외한 대다수 기술주가 내리막을 탔다. 시총 1위 기업 엔비디아가 0.97% 내린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1.47%), 애플(0.21%), 메타(1.66%), 브로드컴(1.61%), 구글 모회사 알파벳(0.19%), 테슬라(0.17%), 넷플릭스(1.97%) 등이 모조리 내렸다. 전날 장 마감후 호실적을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의 주가는 7.85%나 솟구쳤다. 전력 관리 기업 이튼은 3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7.36%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품목 관세 예고에 상승 동력에 제한을 받으며 보합권으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와 인터뷰를 갖고 “다음주 정도(next week or so)에 품목별 관세를 더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그 대상 품목으로 반도체와 의약품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의약품에 대해 “처음에는 약간의 관세(small tariff)를 부과하지만 1년이나 최대 1년 6개월 뒤에는 150%로 올리고 이후에는 250%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 추진 사실은 시장에 어느 정도 알려진 소재였으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세율은 기존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여파로 서비스업 업황까지 부진에 빠졌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뉴욕 증시는 곧장 하락폭을 키웠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9월 금리 인하 기대조차 밀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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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7월 미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6월(50.8)보다 0.7포인트 하락한 5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51.1)도 밑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PMI 하위 지수 중 가격 지수는 69.9로 전달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2년 10월 70.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PMI는 기업의 구매·공급 담당 임원들을 상대로 신규 주문, 재고, 고용 여건 등을 설문한 결과를 지수화한 경기지표다. 50보다 크면 확대 국면을, 50보다 작으면 위축 국면을 뜻한다. 서비스업은 미국 경제의 70%가량을 차지하기에 해당 지표의 둔화는 미국 경제 전체 전망을 대변하는 역할도 한다.

스티브 밀러 ISM 조사위위원회의 의장은 “고용 지수의 지속적인 수축과 가격 지수의 빠른 확장이 우려된다”며 “설문 대상자들이 말한 가장 공통적인 주제는 여전히 관세의 영향이었고 가격이 상승했다는 상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불확실성으로 나빠진 경기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7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7만 3000명 늘었다고 공표했다. 이는 올해 평균치(13만 명)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또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0만 4000명)도 크게 밑도는 수치였다. 게다가 이 고용보고서는 6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기존 14만 7000명에서 1만 4000명으로, 5월은 14만 4000명에서 1만 9000명으로 하향 조정해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줬다.

여기에 같은 날 발표된 미국 제조업 지표도 5개월 연속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 경기 침체 불안을 부추겼다. ISM은 7월 제조업 PMI가 48.0을 기록해 6월(49.0)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고용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조 바이든 정부 인사가 숫자를 조작했다”며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경질하기도 했다.

스콧 앤더슨 BMO캐피털마켓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7월 ISM 서비스 보고서는 실망스럽고 끔찍하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은 이미 예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서비스 부문을 뒤흔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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