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조국 사면이 불러올 순풍·역풍·돌풍… 李대통령의 고민[송종호의 국정쏙쏙]

<67>李대통령 첫 사면권 행사

정청래 “대통령이 어련히 알아서 하실 것”

혁신당 포함 진보 소수 야당과 연대 강화

국힘 '내로남불' 비판에 정치인 사면 부담

지선 호남 '조국바람' 불면 선거구도 악재

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포럼에서 함께 미소짓고 있다.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포럼에서 함께 미소짓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휴가를 떠났습니다. 4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경남 거제 저도의 대통령 별장 ‘청해대’에 머물며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휴가라고는 하지만 주말부터 폭우가 쏟아져 상황 점검에 나서는 한편 비상대응체제를 강조한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과제와 함께 남은 국무위원에 적임자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저도 구상’인데요.

李대통령 저도 구상에 관전포인트…광복절 사면


이 대통령의 저도 구상중에 관심이 집중되는 게 또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규모 민생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복권에 있습니다. 여권내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조 전 대표가 다시 정치권에 복귀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어 이 대통령 역시 고심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이 처음 행사하는 사면 결과에 따라 정치권에 ‘순풍·역풍·돌풍’을 동반한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를 사면·복권시킬까요.

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고유권한인 사면에 대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5일 조국혁신당을 예방한 자리에서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에게 한 마디를 건냈습니다. 정 대표는 “(조 전 대표 사면 문제 결정은) 대통령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거니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언론·사법 개혁 등 개혁 과제에 대해 혁신당이 쇄빙선으로 길을 내주면 민주당도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당이라는 말도 건냈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친구라는 얘깁니다. 도를 넘는 기세로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셈입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이 5일 국회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이 5일 국회에서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혁신당은 민주당과 결을 같이 하는 정당이 맞습니다. 대선 기간 공감대를 이룬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할 경우 혁신당까지 교섭에 참여해 국민의힘을 고립시킬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국민의힘의 반대로 합의 없는 독주 결정이 아닌 적어도 교섭단체 간 합의의 명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혁신당을 비롯해 기본소득당, 진보당, 시민사회당 등 소수야당은 자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지 않고 대신 이 대통령을 지지했습니다. 이번에 조 전 대표가 사면·복권될 경우 이들 진보소수야당들과의 ‘야권연대 순풍’은 강화될 것입니다.


혁신당 및 기본소득당·진보당·시민사회당…야권연대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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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 전 대표의 사면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 전 대표가 아직 형기의 절반도 마치지 못한 점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자기식구 챙기기라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고 ‘부모 찬스’ 등 과거 논란을 다시 불러올 경우 ‘민생 사면’이라는 광복절 특사의 의미까지 퇴색될 수 있습니다.

이번엔 ‘내로남불 역풍’으로 정권 초반 동력을 반감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조 전 대표 사면을 반대했던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4일 대통령실에 자당 전직 의원들에 대해선 사면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다 포착돼 체면을 구긴 것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송 위원장은 텔레그램으로 광복절 특사·복권 대상자로 안상수 전 인천시장 부인 김아무개씨와 정찬민·홍문종·심학봉 전 의원 등 4명을 전달한 뒤 “감사합니다^^”라며 ‘눈웃음’ 이모티콘을 달아 호감을 표시했습니다. 이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게 다예요?”라고 묻자, 송 위원장은 “현재까지 연락 온 건 이게 전부입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이모니콘까지 보낸 게 알려지자 국민의힘 조차 조 전 대표 사면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한탄하고 있습니다. 조 전 대표 사면에 부정 여론을 확산시키려던 국민의힘의 역할은 문자 하나 탓에 제한될 전망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한 뒤 당 지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관련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한 뒤 당 지도부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로남불 역풍 힘쓰던 송언석, 국힘사면 청탁 “^^”


밖의 역풍을 차단하더라도 내부의 우려가 이 대통령의 고민을 키우는 요소로 보입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혁신당이 호남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은 이 대통령의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겁니다. 조 전 대표가 구심점으로 부활할 경우 호남은 현재 권력보다 미래 권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0대 총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녹색바람’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4월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혁신당이 민주당을 제친 것도 전조로 읽히고 있습니다. 여당 한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선거 구도가 어려워지니까 (조 전 대표 사면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당 일각에서 시기상조론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사면은 해야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식입니다. 대통령 취임 3개월 여 만에 정치인 사면을 실시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李대통령, 휴가 복귀 뒤 사면대상 보고…12일 최종확정


광복절 특사는 7일 법무부 사면심사위를 거쳐, 12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됩니다.

승부사 기질의 이 대통령이 조국 전 대표를 사면·복권한다면, 이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혁신당과의 ‘호남 연대 구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돌풍을 사전에 흡수하려는 시도입니다.

반대로 성탄 특사로 미루거나 형기를 마치게 한다면, 조국발 돌풍은 오히려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순풍에 올라타고, 역풍을 잠재우며, 돌풍을 압도하려는 이 대통령의 ‘저도 구상’. 그 결과는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됩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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