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현대戰 장기화 될 때 생기는 일…60대 이상 입대 허용·70대까지 최전선 투입[이현호의 밀리터리!톡]

강제 징집 탓에 극단적 피해 잇따라 발생

거액 현금·채무탕감 등 대가로 입대 유도

결혼하는 아들 집 사주려고 70대도 입대

훈련 받는 우크라이나 신병 모습. 연합뉴스훈련 받는 우크라이나 신병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징병 장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와 UUN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콜라이우주 징병지원센터에서 신원 미상의 민간인들이 몽둥이와 금속 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부즈케 지역 징병 장교와 경찰을 공격하고 차량을 파손했다.

현지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남성들이 징병 장교가 관련 서류를 확인하려 하자 반발하며 도주했다가 다른 주민들과 나타나 장교와 경찰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센터 측은 피해 장교가 정당방위 차원에서 현행법에 등록된 비살상 무기를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군인과 민간인 모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지역 징병지원센터(TCRSS)는 국가 안보와 방위를 보장하고 러시아 연방의 무력 침략을 격퇴하기 위한 조치에 참여하는 군인과 그 가족의 명예와 존엄성을 모욕하거나 살인, 폭력, 재산 파괴 또는 손상 등으로 위협하는 행위는 징역 3~5년에 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3년을 넘어 장기화 되면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편적인 것으로, 양국이 공통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병력난’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병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는 죄수와 용병, 북한군 등을 활용해 병력난을 일부 해소할 정도다. 최근에는 무국적자와 외국인도 즉시 입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서기도 했다.

사정은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용병과 국제 의용군에 의존하고 있지만 총체적인 재정난으로 병력 수급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2023년 기준 러시아 인구는 약 1억 4380만명이지만, 우크라이나 인구는 3773만명에 불과해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백발의 러시아 계약병. 연합뉴스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백발의 러시아 계약병. 연합뉴스


병력난이 심각한 우크라이나는 매우 이례적으로 60세 이상의 입대를 허용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60세 이상 노인의 입대를 허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신체검사를 통과한 60세 이상 국민은 1년간 기술·지원 등 비전투 임무에 투입되는 군 복무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우크라이나는 정부는 지난해 징집 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계엄법에 따른 동원 연령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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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올해 2월에는 무이자 주택담보대출 등 유인책을 제공하는 대가로 18~24세 자원자에게 군에서 1년간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하지만 이미 징집 회피를 위한 뇌물 수수와 신체검사 조작이 만연한 상황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현지매체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기본권을 무시한 강제 징집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징병 장교가 버스에 타고 있던 남성을 강제로 하차시켜 끌고 가는 영상도 올라왔다.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강제 징집 과정에서 부상과 사망, 자살 같은 극단적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 빈니차시에서는 징병소에 억류된 남성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일부 시위대는 사무소 내부로 진입해 경찰이 일부를 체포하는 일도 발생했다.

거액 보상 내걸자 은퇴자 자원입대 증가


러시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하는 병사들의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50대와 60대는 물론 70대마저 최전선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당국이 거액의 현금과 채무탕감 등을 대가로 자원입대를 유도하자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주겠다며 스스로를 희생하는 은퇴 연령대 남성이 늘어난 결과다.

특히 전쟁 4년차에 들어서면서는 40대를 훌쩍 넘기는 나이대의 '계약병' 전사자 비율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거액의 현금과 채무 탕감 등을 내세워 자원 입대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러시아 내에서 자원 입대에 따른 혜택이 가장 후한 지역으로 알려진 사마라주에서는 최근 기준 400만 루블(한화 약 6600만 원) 상당의 돈을 받을 수 있다. 사마라 지역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현재 6만5000루블(약 107만 원)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서 69세의 나이로 전사한 유리 부쉬코프스키처럼 60대나 70대도 총을 들고 최전선으로 나가는 사례가 잇따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러시아 독립언론 메디아조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계약병 전사자 가운데 사망 당시 50세 이상이었던 경우는 4000여 명으로, 같은 연령대의 정규군 및 예비군 전사자(500명)나 죄수병 전사자(869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전쟁 초기에는 전사자 대다수가 특수부대와 정규군 병사들이었지만 같은 해 예비군 30만명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내려진 뒤에는 평균 30대 중반의 예비군 전사자가 늘어났다. 2023년 초부터는 각지 교도소에서 징집한 죄수병과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비롯한 민간군사기업(PMC) 용병들이 전사자의 주류가 됐고, 최근에는 40대를 훌쩍 넘기는 나이대의 ‘계약병’이 많아지면서 노병들의 전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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