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신안군 매화도에 거주하는 80대 여성 김복순 씨는 뷰노(338220)의 휴대용 심전도 측정기 ‘하티브 P30’을 사용하던 중 이상 증상(심실조기박동을 동반한 동리듬)을 발견했다. 김 씨의 생체신호는 의료 취약지의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는 광주광역시 선한병원과 매화도 보건진료소에 전달됐고 이상을 감지한 병원과 진료소는 김 씨에게 정밀 검사를 권유했다. 김 씨는 이후 전남 목포시 병원을 찾아 중증 대동맥판 역류 진단을 받았고 고난도 시술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수도권 심장전문병원으로 전원해 적기에 필요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 취약지에서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뷰노의 하티브 P30은 심전도 신호를 측정 및 분석해 부정맥 위험성이 있는 환자를 선별하는 휴대용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다. 손바닥 만한 크기에 휴대가 간편해 언제 어디서든 30초 내에 간단하게 심장 신호를 측정해준다. 뷰노는 정부의 ‘의료 취약지역 고령자 대상의 비대면 의료서비스 실증 사업’ 주관 기관인 선한병원의 파트너사로 선정돼 김 씨처럼 도서산간 지역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 씨는 “하티브 기기가 생각지도 않게 심장이 나쁘다고 해서 당황했는데 목포 병원에 가보니 심장 문 4개 중 1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덕분에 심장 스텐트(망) 삽입술을 받아 앞으로 30년은 끄떡없다고 하니 하티브 기기와 보건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의료 취약지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것은 그만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어촌과 도서 지역이 많아 의료 접근성이 낮은 전남의 경우 의료 서비스를 공중보건의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이마저 줄어들고 있다. 올해 전남에 배치된 공보의는 477명으로 전년 대비 10.7% 줄었고, 특히 의과 공보의 수는 2010년 474명에서 15년 만에 179명으로 3분의 1 수준이 됐다. 전남 도의원들은 공보의들의 긴 복무 기간을 원인으로 보고 최근 정부에 복무 기간 단축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예하 뷰노 대표는 “앞으로 AI 기술로 누구나 일상에서 건강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AI가 의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해 기술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 AI 기술은 응급 환자들의 골든타임 확보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뇌졸중은 치료 수십 분 차이로 후유 장애가 생길 수 있어 골든타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전문 인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비수도권 지역의 전문 의료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전체 뇌졸중 환자의 50%는 해당 진료권에서 정맥 내 혈전 용해술, 동맥 내 혈전 제거술 등 뇌졸중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없다. 뇌졸중 환자 중 자신이 거주하는 시도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은 전체 70개 진료권 중 33곳에서 평균 이하였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제이엘케이(322510)의 대혈관폐색 검출 솔루션 ‘JLK-LVO’와 의료용 애플리케이션 ‘스냅피’ 등 뇌졸중 검출 기술이다. JLK-LVO는 컴퓨터단층촬영(CT) 뇌혈관 영상을 분석해 의료진이 뇌졸중의 가장 심각한 유형인 대혈관폐색 수술 필요성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스냅피는 응급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 등 의료진 간 AI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실시간 대화로 빠른 협진을 돕는다. 의료 취약지에서 전문 의료진 부재로 뇌졸중 환자의 긴급 시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스냅피에 CT 영상을 올리면 협진 병원은 AI 분석 결과를 전달받고 빠르게 시술 계획을 수립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코어라인소프트(384470)도 AI로 뇌출혈·폐색전증·대동맥박리 등 고위험 응급질환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3종 솔루션으로 의료 취약지 내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응급 진단 특화 제품인 ‘에이뷰 뉴로캐드’는 응급실에서 촬영한 뇌 CT 영상에서 뇌출혈 의심 부위를 자동 탐지, 표시해 의료진이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원광대병원·인하대병원 등 약 20개 병원에서 도입해 운영 중이다. 루닛(328130)은 응급실에서 흉부 엑스레이 AI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을 활용했을 때 응급환자 분류 시간이 77% 단축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AI가 응급 환자를 분류하는 데 걸린 최소 처리 시간도 0.2초로 실제 의료진(1.7초)보다 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