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사람의 피부 세포를 이용해 난자를 만들고, 이를 정자와 수정시켜 초기 배아를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노화나 질병으로 아이를 낳지 못했거나 여성 또는 남성으로만 이뤄진 동성 커플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녀를 잉태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차의과대와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이같은 성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먼저 피부 세포에서 핵을 추출한 뒤 이 핵을 유전 정보가 제거된 기증 난자 속에 넣었다. 핵에는 사람을 구성하는 모든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데, 기증 난자 속에 넣은 뒤 세포 분열 과정을 거치며 난자가 염색체 46개 중 절반인 23개를 버리도록 유도했다. 이는 보통의 난자처럼 절반의 염색체만 가진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연구진은 82개의 기능성 난자를 만든 뒤, 정자와 수정시켜 일부는 초기 배아로 발달했다. 오리건 보건과학대 배아세포·유전자 치료 센터를 이끄는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완성 단계에는 한참 못 미친다. 초기 배아는 6일 이상 발달하지는 못했고, 성공률도 9%에 그쳤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난자가 어떤 염색체를 버릴지 무작위로 정해져 이를 통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정상적인 생식 과정에서 일어나는 염색체 DNA 재배열 과정도 빠져 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기술을 완벽하게 다듬어야 한다”며 “결국 미래는 이 방향으로 갈 것이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할 경우 수백만 명의 불임 커플과 동성 커플들이 두 사람 모두와 유전적으로 이어진 친자식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우선 노화로 더 이상 사용 가능한 난자가 없는 고령 여성이나 정자 생산이 부족한 남성, 암 치료 과정에서 생식 능력을 잃은 환자, 유전적 문제로 정상적인 난자나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