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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이글’ 첫 해외 배치…음속 5배 속도·6400㎞ 비행[이현호의 밀리터리!톡]

美 극초음속 ‘다크이글’ 호주 배치 공개

다크이글은 미 육군의 ‘힘과 결의 ’상징

태평양 패권 노리는 中 견제 ‘속도내기’

러 겨냥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獨 배치

2024년 12월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다크 이글’로 추정되는 마사일이 시험 발사되는 모습. 사진 제공=미 국방부2024년 12월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다크 이글’로 추정되는 마사일이 시험 발사되는 모습. 사진 제공=미 국방부




지난 8월 4일(현지 시간) 러시아 외무부가 미국을 겨냥해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으로 제한됐던 지상 발사형 중·단거리 미사일을 유럽과 아·태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며 “새로운 위협에 상응하는 조치로 러시아는 더 이상 중·단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제한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발표에 대해 러시아가 핵 탑재 가능 중·단거리 미사일의 실전배치 지역을 중앙아시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이나 이란, 더 나아가 북한까지 확대 배치할 ‘전략적 자유’를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이와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최근 제3호 항공모함 푸젠함과 함재기 J-15T를 비롯해 핵추진 잠수함과 둥펑(DF)-17 초음속 미사일 훈련 장면 등 군사 도발을 통해 불쾌함을 드러났다. 2019년 초 미국이 중거리핵전략조약(INF)을 이탈하고 신형 중거리 미사일 개발에 나서자, 당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아소 다로 외무상을 만나 “미국의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라”고 압박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러시아와 중국이 매우 격하게 반발하는 것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지난 7월 호주 북부에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LRHW)인 ‘다크 이글’(Dark Eagle)을 배치하고, 다국적 연합 훈련인 ‘탈리스먼 세이버’에서 발사 합동 훈련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다크 이글은 미 육군이 개발한 LRHW의 통칭으로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한 지대지 미사일이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탄두를 탑재하고 지구 대기권을 음속의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시간당 4000마일(약 6400㎞) 이상 비행하며 그 속도와 기동성 때문에 방어하기 매우 어렵다. 추적과 파괴가 어려워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로도 불린다.

‘이글’은 독수리의 속도와 은밀성, 기동성 등을 상징하며 ‘다크’는 반(反)접근·지역거부(A2/AD·Anti-access/area denial·작전 권역으로의 접근과 작전 권역내에서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한 군사전략)시스템과 통신능력, 장거리 타격 등을 포함한 적의 대응 능력을 무력화하는 의미가 담겼다.

다크 이글이 미국 본토 밖에 해외에 실전 배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육군은 보도자료에서 “다크 이글은 미국과 육군의 힘과 결의를 상징한다”며 ”극초음속 무기들은 적들의 계산 결정을 복잡하게 하고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9일 호주 북부 노던 준주에서 미국 태평양 육군 소속 장병들이 동맹군에 미국산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 이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지난 7월 9일 호주 북부 노던 준주에서 미국 태평양 육군 소속 장병들이 동맹군에 미국산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다크 이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 육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는 가운데 러시아도 거추장스러운 자제 약속에 더는 얽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중국도 빠른 속도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화약고’ 후보로 떠오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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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미국이 다크 이글을 호주에 배치한 배경은 중국의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무력화를 위한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태평양 배치 구상 실현의 신호탄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태평양 통제권을 거부한다는 뜻인 A2·AD 전략은 대만과 남중국해에 다가오는 적의 선박·항공기를 미사일로 타격한다는 게 뼈대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자국 태평양 연안에 사거리가 600~3000㎞인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대거 배치했다.

이에 미국은 호주에 배치한 다크 이글이 대만 해협에 닿지는 못하지만 잠수함 탑재가 가능해 중국 근해에서 발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대만 침공 등 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이 같은 중국 견제를 함께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다영역임무군(MDTF)이 한국·일본 주둔 미군 기지에서 신속히 이동 전개함으로써 중국의 이중으로 압박하는 전투대비태세를 구축하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2024년 독일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독일에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7월 2000㎞ 넘게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미국산 미사일 시스템을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유럽 동맹국과 논의해 중거리 미사일을 유럽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중거리 전략 미사일 사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 확대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간 군비 경쟁을 제한한 빗장을 풀게 함으로써 전 세계 군사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유인 즉, 중거리 미사일은 핵탄두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 감축의 마지막 보루였던 미러 간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도 지난 2023년 러시아의 참여 중단으로 내년 만료를 앞둔 상황이다.

러시아 외교 및 군축 전문가 게르하르트 망고트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교수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와 러시아가 유럽에 INF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은 군비 경쟁이 임박했다는 신호”라며 “의도하지 않은 핵 확산 가능성도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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