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벼랑 끝에 몰린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기업들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을 지켜본다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 산업처럼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전통 산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관계부처는 종합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고 관련 기업도 책임감을 갖고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열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명명식에 참석해 “석유화학 업계가 합심해 설비 조정 등 자발적인 사업 재편에 참여해야 한다”며 “무임승차하는 기업은 범부처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도 위기에 몰린 여천NCC를 두고 주주사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과거 조선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거울 삼아 공동의 노력과 책임 있는 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달 중 석유화학 산업 구조 개편에 대한 정부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지역 경제까지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 단지가 몰려 있는 전남 여수시와 충남 서산시에서는 지역 상권의 매출이 꺾이는 것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세수까지 줄어드는 등 경기 침체가 뚜렷한 상황이다. 특히 여수의 경우 여천NCC가 3공장의 가동을 임시 중단했고 롯데케미칼도 일부 라인의 생산을 멈춘 상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시장은 현재 글로벌 공급과잉에 관세전쟁으로 인한 수요 침체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설비 감축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