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증권·자산운용 등 금융투자회사들이 외국인 순매수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대내외 변수가 민감할수록 수급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인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6169억 원), 카카오(035720)(3285억 원), LG씨엔에스(064400)(2085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순매도 상위 종목은 네이버(NAVER(035420)·-5866억 원), 삼성전자(005930)(-3655억 원), 알테오젠(-2091억 원) 등이다.
해당 기간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된 카카오 주가는 11.03% 오른 반면 대거 순매도한 네이버는 4.47% 하락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2분기 실적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수급에 따라 주가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17일 골드만삭스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도입에 따라 카카오에 ‘매수’ 의견을 내고 네이버는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이후 외국인 수급이 갈리고 있다. 기관 순매수 최대 종목도 카카오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사들인 SK하이닉스(1.10%) 주가 상승률도 삼성전자(0.28%)보다 높다.
외국인 수급의 중요성이 커지다 보니 우리자산운용은 외국인 동향을 참고해 투자하는 ‘WON K-글로벌수급상위 상장지수펀드(ETF)’를 12일 상장했다.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상위 100종목 가운데 6개월 동안 외국인 수급 강도가 강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두산(000150)·HD현대인프라코어(042670)·한화엔진(082740)·풍산(103140) 등을 주로 편입하고 있는데 매달 편출입을 진행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 확률 등 실적 요소와 외국인·기관 순매수 등 수급 요소를 고려한 ‘SRF(Surprise, Revision, Flow)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지난해 이후 SRF 포트폴리오 누적 수익률은 벤치마크인 코스피200을 107%포인트 앞서고 있다. 최근 SRF 포트폴리오에서 주가 모멘텀으로 연결되는 종목으로 카카오·한화오션·한국전력(015760)·삼성중공업(010140)·하이브(352820)·포스코퓨처엠(003670) 등을 꼽았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면에서는 실적이 견고하면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