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종합건설업체는 기획·관리·조정을, 전문건설업체는 해당 공종의 시공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전문건설협회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6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에서 ‘건설 미래 100년을 위한 전문건설업의 가치와 역할’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전문건설협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공동 주관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이호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건설) 면허 체계는 종합 건설업의 포괄적 권한으로 전문건설업의 업역을 침해해 중소건설업체의 성장 사다리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1년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상호시장진출이 허용되면서 이 같은 경향이 본격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종합건설업체가 종합건설 면허 중 하나인 ‘토목건축 면허’를 보유하기만 하면 14개 전문건설업종 중 11개 업종의 공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공사 수주 시 출혈 경쟁과 저가 입찰이 흔해지고, 이는 건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구조로 인해 전문건설업의 고유 영역이 침해받고 있다”며 “전문건설업의 배타적 시공권 보장, 종합·전문건설업 간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전문건설업체의 성장 경로 확보를 위해 전문건설업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의 시공 역량을 축적한 업체만 종합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식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성대 미국 테네시대 공학관리학과 교수가 ‘미국 건설산업의 생산주체 간 협력을 통한 공생발전 전략’, 브루스 총 영국 ARUP 홍콩지사 펠로우 겸 디렉터가 ‘기후 회복력 강화, 탈탄소화, 스마트 대응 준비를 위한 전략’, 카니사와 히로타케 일본 시바우라 공업대학 교수가 ‘일본 건설생산시스템의 경쟁력과 특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특히 카니사와 교수는 "일본은 '제네콘'이라 불리는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업이 깊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현장의 안전·품질 관리의 상당 부분을 제네콘이 전문건설업체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지난 40년은 건설산업의 역사와 함께한 도전과 성취의 시간이었다”며 “오늘 마련된 세미나를 통해 건설산업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전문건설업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은 “안전하고 품질 높은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시공 전문건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건설산업이 미래 세대에게 매력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