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방송·사법·검찰 개혁을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 정치 중립 위반’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직권면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8월 29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안에 대해 “검사장 자리 늘리기 수준”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벌어진 논란이다. 이튿날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이재명 정권이 보기에 정치적 중립 위반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임 지검장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적했다.
이 위원장의 지난해 9월 유튜브 채널 출연 발언도 문제가 있지만 진보 단체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나온 임 지검장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 임 지검장은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봉욱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겸 대검찰청 차장 등을 ‘검찰 개혁 5적’으로 낙인찍었다. 과거 정부들에서도 검찰 개혁·인사 방향 및 수사지휘권 등을 둘러싼 검사들의 반발은 여러 번 있었으나 평검사 회의 등 집단적 의사 표출 정도였다. 임 지검장처럼 검찰 차관급 간부가 정부 회의도 아닌 특정 정치 성향 단체의 행사에서 수사지휘권자인 검찰총장 대행은 물론이고 감독권자인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 민정수석까지 싸잡아 매도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이 발언이 정치적 또는 항명성 언행이라면 헌법상 공무원 중립 의무, 검찰청법 및 국가공무원법상 정치 운동 금지 원칙, 검사징계법상 검사 위신 손상 행위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여론의 향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통위원장도 물론이지만 검사장급 검찰 간부도 누구보다 엄격하게 정치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위치에 있다. 논란을 자초한 이 위원장은 이미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 징계를 받았지만 끝까지 자신의 언행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임 검사장의 행태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징계의 잣대가 상대에게는 가혹하고 내 편에만 너그럽다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사법 개혁의 명분까지 퇴색할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