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순경 공채부터 남녀 구분 없는 '통합 선발 제도'가 처음 적용되면서 수험가와 현장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체력검사가 점수제에서 합·불합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체력에서 강점을 지닌 남성 지원자들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대 출신 김대환 해커스경찰 강사는 지난달 30일 유튜브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남녀 통합 채용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체력시험을 점수제가 아닌 합·불합으로 바꾼 것은 사실상 여성에게 메리트를 주는 것"이라며 "여경이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해버리면 체력이 강한 남성 수험생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체력 시험만큼은 점수제를 유지해야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내년 순경 공채 합격자의 60~70%는 여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관의 서정표 강사 역시 "현장 경찰들 사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선발하면 실제 치안 대응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하면서도 "경찰 지휘부는 시뮬레이션 결과 남녀 비율이 극적으로 역전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수험생의 필기 성적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2025년 1차 순경 공채 필기시험 합격선은 남성 평균 193.6점, 여성 평균 216.7점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이 강세를 보여온 기존 체력 시험은 점수제가 폐지돼 단순 합·불합으로 판정되기 때문에 남성들의 합격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올해 2월 개정된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규칙'에 따라 순경 공채에도 남녀 구분 없는 채용 방식을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체력검사도 성별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순환식 체력검사'로 전면 개편된다. 장애물 코스 달리기, 장대 허들넘기, 밀기·당기기,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항목이 새로 도입된다. 이와 함께 특정 성별의 합격자 비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부족한 성별을 15% 수준까지 추가 선발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도 병행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력이 부족한 인원을 기계적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필기·체력 합격 기준을 충족한 인원 중 일부를 보완적으로 선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일단 시행해 본 뒤 남녀 비율이 예상과 달리 극적으로 역전된다면 제도를 원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실제로 대만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1년 만에 되돌린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장 경찰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남녀 동일 기준은 맞지만 현장 대응을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