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대 토목공학과의 마쓰오 신이치로 교수는 1964년 혁신적 치수 공법을 발표했다. 땅속 깊이 물막이벽을 설치해 지하수를 모아 농업·생활용수로 끌어 쓰는 방식이다. 마쓰오 교수는 이를 ‘지중(地中)댐’으로 명명했다. 이 댐은 1973년 나가사키현 가바시마섬을 시작으로 일본 전역에 10개 이상 건설됐다. 일본 당국이 실제로 지어 보니 지상댐보다 비용과 시간이 크게 절감됐다. 주변 지역을 수몰할 필요가 없어서 주민 이주에 따른 민원 및 토지 보상 비용 부담과 환경 훼손 우려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초 농촌진흥공사(현 농어촌진흥공사)가 ‘지하댐’이라고 이름 붙여 이 공법을 소개했다. 정부는 1981년 극심한 가뭄에 대응하고자 농업용수 개발계획을 세우고 1984년 경북 상주에 한국 최초의 지하댐을 건설, 현재 전국에 10개의 지하댐을 운영 중이다. 이 중 5개는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각각 상주 이안, 경북 영일 남송, 충남 공주 옥성, 전북 정읍 고천, 정읍 우일에 세워졌다. 나머지 5개는 강원 속초 쌍천 1차 및 2차, 인천 옹진 대이작도, 전남 영광 안마도, 완도군 보길도에 건설됐다. 특히 강원 속초시는 1998년 주요 취수원 하천인 쌍천 일대에 첫 지하댐을 지어 취수원의 절반 이상을 맡길 수 있었다. 뒤이어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2021년 두 번째 쌍천 지하댐을 완공시켜 수십만 톤의 지하수를 저장하게 됐다. 덕분에 고질적 물 부족 도시였던 속초시는 ‘물 부자’로 거듭났다. 올해 강원도 등을 덮친 최악의 가뭄 속에서도 물 축제를 했을 정도다.
당초 2002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지하댐 건설 후보지는 21곳이었으나 대부분은 댐 무용론, 환경 파괴, 재산 침해 등을 주장하는 일부 지역민과 시민단체·정치인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속초와 인접한 강릉시도 21개 후보지 중 하나였지만 첫 삽도 뜨지 못하다가 지난해에야 옥계 및 연곡면 일대에서 지하댐 건설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일러도 2027년에나 완공될 예정인 가운데 올해 극심한 가뭄을 맞아 만시지탄인 상황이다. 국내 인구 1인당 연간 강수량은 2705㎥로 전 세계 평균(2만 2096㎥)의 8분 1 수준이다. 기후변화 속 물 부족 위기에 대응하려면 지상댐뿐 아니라 지하댐 확충, 해수 담수화 등으로 취수원을 다변화하는 안정적 ‘워터 믹스(water mix)’ 정책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