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단독] 박스피에 지친 국내 슈퍼리치, 美가상자산 관련주로 눈 돌렸다

■삼성증권 초고액자산가 4800명 분석

美 순매수 상위 3개 종목은 '가상자산'

비트마인·코인베이스·써클인터넷 등

韓 순매수 1위 '네이버'… 298억 원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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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두 달 가까이 박스권에 갇히자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미국 하원에서 이른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서 기대감이 ‘투자 확신’으로 바뀐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분위기까지 맞물려 가상자산 관련 종목이 ‘슈퍼리치’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했다는 분석이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증권에 의뢰해 7월 1일~8월 28일 초고액 자산가 4800명의 국내·미국 주식 순매수·순매도 상위 5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가상자산 관련주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중 3개는 가상자산 관련주였다. 순매수 1위 종목은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로 이 기간에 221억 9694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비트마인은 톰 리가 이끄는 이더리움 재무관리 기업으로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큰손 투자자인 피터 틸이 9%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스트래티지가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했다면 비트마인은 전 세계에서 이더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코인베이스글로벌(165억 4544만 원)’과 ‘서클인터넷그룹(142억 3784만 원)’은 각각 순매수 2위와 3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4위와 5위 종목은 ‘엔비디아’와 ‘아이셰어즈 초단기(만기 3개월 이하) 미국 국고채’ 상장지수펀드(ETF)로 각각 127억 1198만 원, 93억 5112만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내 주식 순매수 1위 종목도 가상자산 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종목으로 집계됐다. 초고액 자산가는 이 기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네이버’를 가장 많이(298억 9951만 원) 순매수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페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면서 범가상자산 관련주로 평가받는 네이버에 대한 매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면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네이버페이의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15% 넘게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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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순매수 2위와 3위 종목은 ‘디앤디파마텍’과 ‘코덱스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로 순매수 규모는 각각 97억 9573만 원, 85억 7350만 원이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83억 1599만 원)’와 ‘현대차우(82억 9919만 원)’가 뒤를 이었다.

가상자산 관련주에 초고액 자산가의 매수세가 몰린 것은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하원이 올 7월 18일 ‘가상자산 3법’을 모두 통과시킨 뒤 초고액 자산가의 공격적인 순매수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3법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는 ‘지니어스 법안’과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CBDC 감시 국가 방지 법안’이다. 코스피가 지난달부터 3100~3200선 박스권에 갇히면서 실망감에 국내 주식보다는 미국 주식을 선호하고, 미국 기술주 대신 가상자산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은 “초고액 자산가는 일반 투자자보다 한발 먼저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 주도적 투자를 선호하는 신흥 초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올 7월부터 국내 주식보다 미국 주식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나타났다”면서 “특히 미국 하원의 가상자산 3법 통과 이후 가상자산 관련 종목에 대한 순매수가 집중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 모두 거래가 많은 대형주가 이름을 올렸다. 국내 주식시장 순매도 상위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초고액 자산가는 839억 7426만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순매도 2위와 3위 종목은 ‘SK하이닉스’와 ‘LIG넥스원’으로 순매도 규모는 각각 297억 6876만 원, 233억 242만 원이다. ‘알테오젠(193억 3620만 원)’과 ‘펩트론(136억 862만 원)’도 순매도 상위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테슬라(702억 6687만 원)’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으며 ‘디렉시온 미국 반도체 3X ETF(199억 3490만 원)’, ‘아이셰어즈 S&P 500 ETF(164억 8436만 원)’ 순이다. 순매도 상위 4위와 5위 종목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153억 998만 원)’와 나스닥100지수의 등락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134억 6742만 원)’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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