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고등어와 기후플레이션






‘금등어’로 불리는 고등어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처서가 지나 수온이 내려가면 씨알이 굵어지고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꺾이지 않는 더위처럼 고등어 값도 내릴 기미가 없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에 그쳤지만 농축수산물은 4.8%나 뛰었다. 쌀(11.0%), 돼지고기(9.4%), 한우(6.6%) 등 기본적인 먹거리가 줄줄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고등어 가격 역시 13.6%나 올랐다. 냉동실에 쟁여 두고 먹는 고등어의 1마리 소비자가격은 냉장이 4648원. 구이용 염장 고등어는 한 손(2마리)에 1만 3000~1만 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0%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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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가격의 고공 행진은 물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획량은 늘었다. 7월까지 잡힌 고등어는 7만 6523톤으로 지난해보다 53.6% 증가했다. 풍년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먹을 만한 것이 없다는 게 문제다.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중·대형급 고등어는 3.6%에 불과하다. 평년 16.2%와 비교하면 씨가 마른 수준이다. 씨알 굵은 고등어가 줄어든 것은 예년보다 수온이 일찍 높아졌기 때문이다. 15~20도에서 활동하는 고등어는 수온이 오르면 서식지를 옮기기에 우리 앞바다에서 귀해졌다.

기후변화가 직접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플레이션’은 고등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더웠던 8월 배추(51.6%), 파프리카(52.1%), 시금치(50.7%) 등 채소류 가격은 전월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최근 990원 소금빵으로 이슈가 된 ‘빵플레이션’도 임대료, 인건비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밀 가격 상승이 겹친 결과다.

매년 추석을 앞두고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는다. 산지 공급과 비축 물량을 늘리고 할인 행사도 연다. 효과가 없으면 수입 물량을 확대한다. 그러나 일시적인 가격 안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냉동·냉장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기후플레이션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현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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