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시간 중 휴대폰을 끄고 자취를 감춘 자살 시도 실종자를 경찰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골든타임’ 내에 구조했다. 수천여 대에 달하는 CCTV를 일일이 육안으로 전수 확인하던 과거 방식 대신 AI 복합 인지 기술로 실종자의 이동 경로를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성과를 낸 최초 사례다.
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안양 동안경찰서는 AI 복합 인지 동선 추적 시스템 ‘AIID(Advanced Integrated Intelligence for Identification·에이드)’를 통해 자살 암시 메시지를 보내고 잠적한 20대 남성 실종자를 최초 신고 접수 3시간 만에 발견·구조했다. 심야 시간이라 CCTV 가시성이 낮고 실종자가 휴대폰까지 끈 상황이라 구조에 어려움을 겪을 뻔했으나 AIID 프로그램이 여러 CCTV 영상을 연결 분석해 단 몇 초 만에 실종자의 동선을 도출 및 예측해 생명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이 같은 AIID 시스템을 전국 일선 경찰서에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 아동 및 치매 환자,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등의 실종 신고 접수는 2021년 총 4만 1122건에서 지난해 4만 9624건으로 약 21% 증가했고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신고만 3만 5697건에 달한다. 특히 실종자의 대부분이 치매 노인과 아동 등 노약자라 신속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실종도 늘고 있다”며 “수색 시간을 줄이는 AIID 시스템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흐릿한 뒷모습만으로 수색망 좁혀…경찰 '사람찾는 AI' 확대 추진
‘2초’. 검은색 반팔과 회색 반바지를 입은 검은 머리, 키 170 중반 보통 체형의 남성 실종자 인상착의를 입력한 뒤 AIID 시스템이 실종자 정보를 분석해 동선을 예측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다.
6월 24일 새벽 1시 24분 경기 안양 동안경찰서에 “남자친구가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했다”는 긴박한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실종팀 가용 인력은 단 1명. 2931대에 달하는 동안구 내 CCTV 화면을 분석해 구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양 동안경찰서는 그러나 스마트관제센터에 탑재된 AIID 시스템을 가동해 실종자가 한 어린이공원에서 마지막으로 포착됐다는 점을 신속히 파악했다. 이에 강력팀 3명, 형사팀 2명, 지구대 4명을 추가 투입해 10명이 집중 수색을 벌여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3시간 만에 실종자를 구해냈다. 동안서 실종팀 관계자는 “심야 시간 CCTV 화면이 흐리고, 실종자가 휴대전화까지 끄고 사라져 구조에 다소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AIID를 통한 빠른 동선 추적으로 골든타임 안에 구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ID는 AI를 기반으로 CCTV 영상 분석부터 유사인물 검색 및 분석, 동선 추적과 예측까지 가능한 복합인지기술 기반 지능형 관제 프로그램이다. 실종자 신고가 접수되면 AIID는 영상 속 유사 인물을 자동 실종자 후보군으로 뽑고, 서로 다른 시점의 카메라를 동선 그래프로 묶어 ‘사라진 구간’을 좁힌다. 실종자가 마지막 포착 지점 이후 어디서 사라졌는지 분석하고 동선을 예측해 경찰 수색 인력을 해당 구역으로 좁혀 배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에는 상당히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숨진 이태원 참사 출동 소방관도 AIID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깔려 있었다면 구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경찰청은 경기 안양 동안구 실증 사업을 시작으로 AIID 시스템을 전국에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스템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관계자는 “수천 대의 CCTV를 분석해 수 초 내에 실종자의 동선을 찾아내는 AIID 기술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이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8세 미만 실종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환자의 실종 신고는 2021년 총 4만 1122건에서 지난해 4만 9624건으로 늘어 5만 건에 육박한다. 특히 실종자의 대부분이 치매노인과 같은 노약자나 어린이라는 점에서 AIID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60세 이상 치매 노인 실종 신고는 2021년 1만 2154명에서 지난해 1만 5133명으로 약 24.5%(2979건) 증가했다. 18세 미만 아동 실종 신고도 매년 2만 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한정된 경찰 인력만으로 실종 사건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아직은 AIID 시스템만을 활용해 실종자를 수색해 내는 데엔 정확도와 정밀도에 한계도 있다. 현재는 AIID가 우선 수색 대상자 범위를 좁혀주면 경찰관이 육안으로 실종자 일치 여부를 재차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 중 AIID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정밀도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