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110조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디지털화폐로 지급하는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중 6개 은행이 테스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6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은 한은에 국고보조금 관련 테스트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번 테스트는 그동안 현금이나 바우처로 줬던 국고보조금을 디지털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한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블록체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중은행이 발행해 국고보조금 수급자 전자지갑에 송금한다. 디지털화폐 특성상 사용처·기한 등을 미리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 보조금의 부정 수급이나 다른 목적의 사용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범 사업은 한은의 CBDC 실험인 ‘한강’의 2차 프로젝트의 세부 사업으로 진행되는데 주요 은행들이 참여하겠다고 한 점이 눈길을 끈다. CBDC 1차 테스트 당시 시중은행들이 투자 금액 등과 관련해 한은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2차 실험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는데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국고보조금 규모가 110 조 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은행들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투자할 의지가 있는 은행하고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기존 1차 사업에서 불만을 제기한 은행권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차 한강 프로젝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 부상과 비용 분담 문제 등으로 무기한 연기됐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한은이 이번에는 참여 의지가 뚜렷한 은행들과 테스트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며 “전체 국고보조금이 100조 원이 넘는 만큼 은행들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순께 설명회를 열어 참여 의사를 밝힌 은행들에 테스트 일정과 주요 점검 내용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께 실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