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팔에서 기득권층의 부패와 특권 남용에 분노해 Z세대 주도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네팔 재무장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속옷만 입은 채 거리에서 끌려다니는 충격적인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13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네팔 재무 장관’(Nepali Finance Minister)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에는 네팔 재무장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속옷만 입은 채 거리에서 시위대들에게 팔 다리가 들린 채 끌려다니고 있다. 또 다른 영상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군중들로부터 쫓겨나 결국 속옷 차림으로 강물로 뛰어든 채 도망치기도 했다.
앞서 인도 매체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샤르마 올리 총리의 집에는 화재가 발생하고 비슈누 프라사드 파우델 재무장관은 거리에서 시위대에 의해 구타를 당하며 쫓겨나는 등 폭력사태가 거세졌다. 네팔 정부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 온라인 사기가 확산한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 차단령’을 내린 바 있다. 사실상 정부 비판과 반부패 운동이 SNS상에서 확산되는 걸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읽혔다.
이를 계기로 네팔 Z세대 중심으로 시작된 네팔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갈수록 격화했다. SNS에서는 사치품과 호화로운 휴가 생활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들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공유돼 젊은 층의 분노를 키웠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강경 진압을 해 사상자가 늘었고, 이후 시위대가 대통령과 총리 관저에 불을 지르는 등 상황이 더 악화했다. 결과적으로 51명 이상 사망하고 1300명 이상이 부상, 1만 명 이상이 탈옥하는 등 치명적 피해와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다.
결국 샤르마 올리 총리는 물러났고 전직 대법원장이 임시정부를 이끌 새 지도자로 지명됐다. 12일(현지시간) 네팔 대통령실은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이 수실라 카르키(73)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르키 전 대법원장은 2016년 7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년가량 대법원장을 맡았고, 당시 강단있는 판결로 대중적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반정부 시위대도 올리 총리가 사임하자 임시 정부를 이끌 지도자로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선호했다.
그가 임시 총리로 취임하면 네팔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이 행정수반을 맡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네팔에서는 총리가 실권을 갖고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 원수직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