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재판을 전담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설치하라”고 사법부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이를 논의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입법을 통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게 무슨 위헌이냐”며 추진 의지를 드러내자 여당이 정면 돌파로 발 빠르게 방향을 정한 모양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4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당에서 이런저런 언급을 하기 전에 사법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주면 좋을 것”이라며 “전혀 공식적인 논의가 없다면 입법적인 부분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설치를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는 국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추천한 판사가 내란 사건 1·2심을 맡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입법부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해 삼권분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위헌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 정책위의장은 이 같은 논란에 “별도 법원을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내란전담부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이게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며 “(법원이) 이렇게 저렇게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비상계엄을 전후해 내란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람 수를 보면 법원이 먼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주창하고 나섰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원 설치도 입법 사항인데 전담재판부 설치 역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입법으로 규정 가능하다”고 국회의 개입 정당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11일 해당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 헌법에 ‘판사는 대법관이 임명하고 대법원이 최종 심문한다’고 돼 있는데 그렇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언급한 데 대해 호응한 것이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가덕신공항 현장 방문 이후 기자들에게 “내란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지면 대한민국 헌법은 이제 사라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정책위의장이 이 대통령 발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법원 조직 내 내란 사건만 전담하는 재판부를 설치해 위헌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를 펼치고 있다”며 “삼권분립이 훼손되는 위헌 소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민주당은 특검법 개정안 합의 파기로 야당 협조가 어려워진 정부 조직 개편은 ‘투 트랙’ 처리로 선회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금융감독위원회 등 신설 부처 가동 날짜를 특정할 수 없는 만큼 25일로 예정된 1차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이후에도 추가 절차가 필요해졌다. 한 정책위의장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후 그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정부조직법 추가 개정을 해 시행 시기를 다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위 설치를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여야 관계로 보면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 이에 대응해 패스트트랙을 활용하더라도 지정 법안은 여당 중심으로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도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금감위 외에 내년 1월 2일부터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려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한 정책위의장은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 의지도 강조했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사건을 보면 대법관 업무 가중을 이유로 상고법원을 설치하자는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왜 우리가 대법관을 증원하자는 데는 (법원이)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언급했다. 추석 전 사법 개혁 5대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리적으로 국회 본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일정을 보면 9월 중 통과는 쉽지 않다”며 “일부 법안을 발의해 정기국회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 가동에 대해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노상원 수첩’ 관련 발언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한번 보자고 해놓은 상태”라면서도 “송 원내대표가 먼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