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 인사들이 14일 만찬 회동을 통해 최근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합의안 파기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당 ‘투톱’ 갈등 봉합에 나섰다. 개혁 입법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여당 내 갈등이 국정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서둘러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민석 국무총리,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만났다. 최근 3대 특검법 처리를 놓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파열음이 터져나오자 김 총리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소집한 자리다. 정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입장했고 김 원내대표와도 반갑게 악수했다. 강 비서실장은 갈등을 의식한 듯 “악수가 어색하다”며 농담을 건넸고 김 원내대표는 “부부나 형제나 다 싸우는 것. 부부 싸움 안하나”라며 화답했다.
여권 관계자는 “특별한 의제는 없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회동에서 자연스레 손을 잡으며 당정 간 엇박자를 불식시키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 예상 안건도 일부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만찬 회동에 앞서 이날 “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에게 있다”면서 재차 진화에 나섰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정대는 완전한 내란 종식, 이재명 정부의 성공, 한 방향을 보고 찰떡같이 뭉쳐 차돌처럼 단단하게 원팀·원보이스로 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주 3대 특검법 합의안으로 김 원내대표와 공개 충돌 뒤 의원총회에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한 데 이어 김 원내대표와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수습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김 원내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면서 “심기일전하여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며 정 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다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김 원내대표의 소통 부재를 재차 지적하며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대통령 말씀처럼 민주공화국의 본질을 훼손하려 한 것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 특검법은 교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당과 진지하게 했어야 한다. 그것을 놓친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확전은 피했지만 이번 사태 후유증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과 협치를 생각해야 하는 원내대표와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히 드러내려 하는 당 대표의 스타일과 입장이 너무 다르다”며 “앞으로도 여러 사안에서 한목소리만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김 원내대표 사퇴론까지 나오며 강성 지지층의 입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