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률 29.4%·당기순손실 29억 원.’
민경선 경기교통공사 2대 사장이 지난 2022년 취임 직후 받아 든 공사의 재무상태다. 자본잠식에 적자 투성인 경기교통공사는 자체 사업도 없이 대행사업으로만 연명하는 말 그대로 비상사태였다. 민 사장은 취임 직후 공사의 기틀을 잡는데 주력했고, 위탁수수료율을 현실화 하는 등 경영혁신에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 공사는 4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이는 공사 설립 이래 첫 흑자경영이라는 성과를 거둬냈다. 경영평가도 ‘마’ 등급에서 2023년에는 ‘다’ 등급으로 향상됐다. 특히 시범운영에 그쳤던 ‘똑버스’는 19개 시·군에서 267대가 달리고 있고 연내 20개 시군, 306대로 확대 운행할 예정이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호출해 탑승하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수용응답형 교통체계(DRT) 똑버스는 ‘2023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상을 휩쓸며 민 사장의 혁신경영에 탄력을 불어 넣었다.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5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민 사장에 대해 “취업 승인의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취업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취임 7개월 만에 이같은 통보를 받은 민 사장은 윤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민 사장의 승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심의를 열어 민 사장의 취업 승인을 재차 불승인했다.
결국 2차 취업 불승인에 대해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법원은 끝내 민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민 사장은 “과거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이었다는 이유로 윤 정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불필요한 탄압을 받게 됐다”며 “윤리위가 과도하게 지방자치단체의 인사권을 통제하는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고양시에서 3선 경기도의원을 지낸 민 사장은 차기 고양시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도심항공교통(UAM)과 철도까지 공사의 역할을 확장하는 데 하루가 부족한 민 사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기교통공사 사장 취임 후 초점을 둔 변화는.
“공사는 신설기관인 데다 1대 사장이 사임하면서 1년의 공백기가 있던 만큼 조직의 안정화가 가장 시급했고, 적자 상태인 지방공기업의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 집중적인 경영혁신에 주력했다. 사장부터 열심히 뛰기 시작했고, 직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공사 창립 이래 당기순이익 첫 흑자를 기록했고, 똑버스 등 자체 신규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직원 수도 54명 수준에서 이제는 264명에 달하는 등 조직 역량도 크게 강화했다.
공사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던 시선이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지 고민하도록 하는 공감대를 형성한 점도 큰 변화다.
-민경선 하면 ‘똑버스’가 떠오른다. 어떤 사업인가.
"똑버스는 경기도형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의 고유 브랜드로 ‘똑똑하게 이동하는 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농촌이나 이제 막 들어선 신도시 같은 교통 취약 지역에서 정해진 노선 없이 승객의 호출에 대응해 탄력적으로 승객을 수송하는 신개념 대중교통수단이다.
지역별로 운행 방식을 다르게 해 지역 교통 상황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사가 운영하는 통합교통플랫폼 ‘똑타’ 앱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운행 중인 13인승 현대자동차 ‘쏠라티’를 호출하고 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 같은 시간대 유사한 다른 승객이 예약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으로 우회 노선을 만들어 합승하는 방식이다.
동일 예산 대비 기존 노선버스보다 운영비를 절감하면서도 서비스 편의성을 높인다. 안산 대부도에서 똑버스 4대를 운영했을 때와 노선버스 7대를 운영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운송비용은 34%가 줄고 운행 범위는 45% 늘었다. 대기시간은 93%나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퇴근 시간 대에는 노선형 버스로도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김포골드라인 혼잡률 완화를 위해 오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은 풍무동~김포공항역만 운행한다. 농촌 지역 고령자도 쉽게 이용하도록 전화로 호출 할 수 있는 '유선콜' 기능도 추가했다.
더 많은 시군에서 노선버스를 폐지하고 똑버스로 전환하도록 건의하고 있고, 공사는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해 도민들의 이동권 보장과 교통서비스 혁신을 동시에 달성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철도사업단이 출범했는데, 주요 목표는 무엇인가.
-교통공사의 핵심 역할은 철도 운영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어디까지 진행 중인가.
“공사는 올 7월 철도사업단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철도 운영 전문역량 확보에 나섰다. 현재 건설 중인 도봉산옥정선 운영권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 실정에 맞는 운영 수수료율로 진행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도봉산옥정선을 시작으로 화성트램, 옥정포천선, 고양은평선 등 경기도 주요 철도사업을 공사가 직접 주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민의 교통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철도 운영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다만 철도사업은 구조적으로 초기 적자가 불가피하다. 소유권을 가진 시·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조례가 개정돼 경기도가 운영 적자를 일부 보존·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또 현재 위탁 방식은 운영 기간이 한정돼 있어 직원들의 고용 불안정과 고용 승계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직영 체제로 전환한다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뿐 아니라, 공사 내부에 철도사업 운영 노하우가 축적돼 향후 신규 철도사업들도 보다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최우선 목표는 공사 사옥 건립 계획을 매듭짓고 싶다. 현재 사옥을 이전할 부지 확보를 위한 행정절차를 검토하고 있고, 관련 절차를 이행해 건립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철도 사업의 구조적 안정과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사업으로의 확장을 통해 경기도민의 이동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해 질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