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약취·유인, 인신매매 등 유괴 및 유괴 미수 사건이 30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집계된 유괴 및 유괴 미수 사건은 총 319건으로 하루 평균 1.3건꼴이다. 이 가운데 유괴가 237건, 미수가 82건이었다.
최근 4년간 추이를 보면 △2021년 324건 △2022년 374건 △2023년 469건 △2024년 414건으로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약취·유인 범죄 피해자 302명 중 43%에 해당하는 130명이 7~12세 아동으로, 초등학생 연령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국 곳곳서 유괴 시도...해프닝 발생하기도
경기 광명시에서는 이달 8일 오후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납치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고등학생 A군(10대)은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귀가하던 B양(8)의 뒤를 쫓아가 입을 막고 끌고 가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B양이 울음을 터뜨리며 저항하자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A군은 현장에서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후 6시 55분께 현장 주변 CC(폐쇄회로)TV를 분석하고 탐문 수사를 벌였다. 범행 약 5시간 뒤인 오후 9시 45분, 경찰은 A군을 주거지에서 긴급 검거했다. 경찰은 A군이 피해 아동과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A군은 “귀가하던 아이를 보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및 간음 목적 약취 미수 혐의로 A군을 구속 송치했다.
전북 전주에서는 이달 11일 밤 20대 남성이 여중생을 유인하려다 피해자가 거부하자 도주했으나, 경찰이 3시간 만에 긴급 체포했다. 또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는 지난달 20대 남성 3명이 차량을 타고 초등학교 주변을 배회하며 아동들을 노린 사건이 발생했다.
한편 인천 송도에서는 범죄가 아닌 해프닝도 있었다. 이달 15일 중학교 앞에서 한 여성이 학생들을 유인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조사 결과 그는 연예기획사 직원으로 ‘길거리 캐스팅’을 위해 학생들에게 부모 연락처를 묻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연예기획사 사장도 파출소로 와서 그가 실제 직원인 사실을 확인했다"며 "범죄 연관성이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경찰 “예년과 비슷한 수준…총력 대응 중”
아동을 노린 유괴 시도가 이어지자 경찰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가 많이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통계상 발생 건수 자체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치를 반영한 부분은 더 분석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도경찰청과 경찰서별로 과거 사례와 시간·장소별 패턴을 분석해 가시적 예방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다크웹 등에서 미성년자 대상 범죄 공모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지만, 경찰은 “다크웹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