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집값 잡으려 또 세금 정책, 이러니 시장이 불안한 것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비서관이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세금 정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출 규제 등을 통한 수요 관리로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보유세 등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김용범 정책실장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내놨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때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시장에서는 “이도 저도 안 되면 세금 카드를 꺼내려는 빌드업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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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정책 방향과 달리 움직일 때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 경고성 발언도 할 수 있다. 그래도 세금을 앞세운 겁박은 곤란하다. 부동산 시장은 작은 규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9·7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2주 연속 상승한 것은 토지허가제 등 추가 규제 우려에 성동구·마포구 등 비규제지역에 매수세가 몰린 탓이 크다. 세금은 더 예민하다. 세금 회피 심리가 커지면 거래가 묶이고 가격만 뛰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가 취득·보유·양도세를 총동원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수도권 집값 폭등이었다.

제대로 된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정부가 발표한 LH 등 공공 주도 공급에 대해 시장은 과거 경험상 신뢰하지 않는다. 지난 20년간 서울시 주택 공급의 88.1%가 민간에서 나왔고 공공부문의 공급은 11.9%에 그쳤다. 지금이라도 규제를 풀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민간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택 공급은 이념이 아니라 성과로 말해야 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처럼 공급 대책은 실적이 말해 주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의 대담에서 “한국은 금융 안정을 고려해 다른 나라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묶인 가계대출 부담에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칠까 우려된다. 정책 실험은 대주주 주식 양도세 혼란으로 끝내야 한다. 잘못 꺼낸 세금 카드는 시장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부는 ‘겁주기’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실행력’으로 시장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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