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멘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먹을 경우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국물을 절반 이상 마시는 습관은 위험을 한층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일본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야마가타대학과 야마가타현립 요네자와 영양과학대학 공동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영양·건강·노화 저널(The Journal of Nutrition, Health and Aging)에 라멘 섭취 빈도와 사망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야마가타 코호트 연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대상은 건강 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녀 6725명으로, 라멘 섭취 빈도에 따라 △월 1회 미만 △월 1~3회 △주 1~2회 △주 3회 이상 4개 그룹으로 나눠 추적 조사했다.
분석 결과, 라멘을 주 3회 이상 먹은 그룹의 사망 위험은 주 1~2회 먹는 그룹에 비해 1.52배 높았다. 다만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월 1회 미만 그룹의 사망 위험은 1.43배로 높았고, 주 1~2회 섭취 그룹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라멘을 아예 먹지 않는 경우 기존 질환으로 인해 의사의 지시를 받은 사람들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라멘이 곧 ‘위험한 음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세부 분석에서는 분명한 경향이 드러났다. 국물의 절반 이상을 마시는 사람이나 술을 자주 곁들이는 경우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주 3회 이상 라멘을 먹으면서 음주까지 잦은 경우, 사망 위험은 주 1~2회 섭취 그룹 대비 2.7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나트륨 과잉 섭취와 흡연·음주 습관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라멘 한 그릇의 나트륨 함량은 약 7.7g으로, 국내 인스턴트 라면보다 2~3배 높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권장하는 1일 나트륨 섭취량(남성 7.5g, 여성 6.5g)을 단 한 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같은 국수류라도 소바(약 6.3g), 우동(약 7.0g)은 라멘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스즈키 미호 요네자와 영양과학대 강사는 “라멘을 즐기려면 국물 섭취를 자제하고 채소를 곁들여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야마가타대 의대의 임다 쓰네오 교수도 “라멘 자체가 악영향을 주는 음식은 아니다”라며 “주 1~2회 정도 먹는 사람들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가장 낮은 사망 위험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라멘은 일본인의 식문화에 뿌리내린 음식인 만큼 즐기되 빈도와 먹는 방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두고 “라멘을 지나치게 자주 섭취하면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뇌졸중, 위암 등과 연관될 수 있다”며 “국민식이라 불리는 라멘을 즐기면서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