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평 확대와 공공외교 강화를 위해 중국을 출장길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5박6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 짓고 27일 귀국한다. 새정부 출범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복잡한 국내외 환경 속에서 ‘G2’ 중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충칭시, 상하이시, 장쑤성을 차례로 찾은 김 지사는 해당 지방정부 수뇌부들의 환대 속에 경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관계 구축과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지방정부 수장 차원의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경기도 AI 리더스’들과의 동행으로, 4차 산업의 총아로 부각되는 AI분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확보한 중국의 현재를 함께 둘러보면서 교류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NHN 클라우드(성남)의 김동훈 대표, 국내 최대 클라우드 기업인 메가존 클라우드(과천)의 서민택 부사장, 자동화·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기업 에이아이웍스(화성) 윤석원 대표 등 9명이 참여한 경기도 AI 리더스는 말 그대로 경기도 AI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고 있는 이들로, 김 지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번 방문길에 참여했다. 특수로봇의 설계·연구개발, 생산, 판매·서비스를 겸하는 하이테크 기업인 세븐스 로보틱스(충칭)와 중국 시가 총액 1위(약 1000조 원)의 빅테크 기업 텐센트(상하이)를 차례로 찾은 경기도 AI리더스들은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산업육성 의지에 부러움을 나타내면서도 자신들이 보유한 차별화된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한중 양국의 AI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부 기업 관계자들은 현지에서 중국기업과 별도 미팅을 잡고 기술교류를 위한 실무적 준비에 들어가는 성과도 냈다. 김 지사는 방문 전 경기도 AI리더스들과 미팅을 통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 방법을 숙의하고, 효과적인 중국 진출을 위한 대안을 도출해냈다.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과 경기도 기업간 교류협력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충칭, 상하이 수장들과 교차 투자, 상호 진출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하기로 합의했다.
에이아이웍스 윤석원 대표는 “중국과의 협업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이곳은 미지의 개척지다. 중국기업 기술 수준과 시장성, 실질적인 협업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4개의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텐진, 충칭) 중 기존 텐진 외에 상하이, 충칭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게 된 것도 두드러진 소득이다.
상하이와 충칭은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 속에서도 탄탄한 펀더맨탈과 시장 잠재력, 4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주목 받는 지역이다. 김 지사는 특유의 적극성과 해당 지방정부 수뇌부들과 개인적 친분을 지렛대 삼아 동반성장을 위한 실질적 제안을 즉석에서 제안해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김 지사는 방문에 앞서 각 지방정부, 기업에 최적화된 '경제외교 디자인’을 미리 설계해 메모하고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일정인 장쑤성 방문에서는 지난해 경기도를 찾았던 신창싱 당서기와 남다른 친분관계를 과시하며 경제분야 협력강화는 물론 물론 기후대응을 위한 지방정부간 협력관계 구축도 합의했다. 장쑤성 난징시에서 2차전지 부품 생산업체인 한중 합작법인 종루이코리아와 체결한 6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은 이 같은 관계의 연속선상에서 놓여 있다. “코로나 펜데믹과 한중관계 악화 속에서 사실상 끊겼던 중국의 대한 투자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 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경기도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경기도의회의 수장 김진경 의장이 이례적으로 동행해 협치외교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인 것도 남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김 지사는 출국에 앞서 여야 대표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번 중국 방문의 의미와 도의회와의 협업 중요성을 강조한데 이어 중국 수뇌부들에게도 김 의장이 단순 합류가 아닌 실질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동반자임을 적극 소개해 현지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김 의장은 중국 일정 대부분에 동행하면서 정무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 김 지사와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일 광역지자체장으로서 경색된 한중관계 속에서도 꾸준히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상생협력을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국민주권정부 출범 후 비로소 빛을 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도 안팎에서 나온다. 김 지사는 2023년 11월 중국 방문 당시 베이징과 랴오닝성 선양을 오가며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 등을 만나는 한편 중국 고위 당국자들을 경기도로 초청해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김 지사는 각 지방정부 수뇌부들과의 만남에서 이 같은 노력을 거론하면서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지방정부간 교류협력 관계 구축을 희망했다.
김 지사의 이번 중국 방문은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시기와 겹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중 외교정상화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김 지사는 공식일정을 마무리한 26일 저녁(현지시각) 동행취재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주권정부 들어 외교 정상화가 됐다. 윤석열 정부 때는 뺄셈 외교였는데 국민주권정부가 되면서 제대로 된 외교의 길로 접어들었다. 윤 정부의 역주행에 맞서 경기도는 정주행했다. 이번 출장으로 현 정부 외교를 뒷받침했다는 것이 첫 번째 방중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수도이고 장쑤성은 가장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한 요충지"라며 경제영토 확장의 의미를 전했다.
한편 김 지사는 최근 계속된 민생경제 투어와 이번 중국을 방문이 내년 지방선거, 도지사 재선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에 “지방선거까지 8개월 남았는데 지방선거 때문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공직자가 뭐한다 뭐한다 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저는 제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