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학교 현장 '초비상' 걸렸다…한 반에 2~3명꼴 'ADHD'

◆비상 걸린 학교 현장

작년 병원찾은 학생 12.6만명

4년 전보다 110% 이상 폭증

'집중력 약' 과잉 처방도 원인

세종, 소아정신과 의료진 연계

의심학생 추려 초기 대처키로

보건당국 맞춤 대응전략 필요





“예전에는 현장체험학습을 나갔을 때 선생님이 손을 계속 잡고 다니면서 챙겨줘야 하는 아이가 전교 통틀어서 1명 정도였다면, 요즘에는 한 반에 2~3명꼴로 있는 것 같아요.”

세종특별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주의력이 크게 떨어진 아이들을 교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병원을 찾은 초중고생 환자는 지난해 12만 6734명으로 4년 전 대비 110% 이상 폭증했다. 디지털 기기 과몰입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청소년들 사이에 퍼진 ADHD 치료제가 학업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처방전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초등 3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ADHD 관련 검사를 전국 최초로 시행한다. 세종시교육청은 소아정신과 의료진과 연계한 ‘약식 검사’를 일괄 실시한 뒤 학부모·교사 체크리스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ADHD가 의심되는 학생들을 추려낼 계획이다. 또한 이들에 대한 병원 정식 검사(초진) 비용을 지원하고 ADHD 관련 교사 컨설팅, 학부모 자조 모임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총 1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3학년으로 검사 대상을 한정한 것은 ADHD가 통상 해당 나이대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전문의학적 소견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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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ADHD 학생이 급증하며 제대로 된 수업 지도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세종교사노조의 꾸준한 요구 때문으로 전해졌다. 단체활동·과업 수행 등을 처음 배우는 저학년 시기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중·고등학교까지 부적응 문제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ADHD를 조기 발견 및 치료하는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세종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 개인이 ‘ADHD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전할 경우 ‘부정적 낙인을 찍었다’ ‘아동학대다’ 등의 학부모 민원 위험이 있어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종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ADHD 진료를 받은 초등학생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ADHD 진료를 받은 만 7~12세 환자 수는 2021년 3만 8452명에서 지난해 7만 6873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배승민 가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너무 어린 나이부터 과도한 영상물에 노출된 영향 역시 배제할 수 없다”며 디지털 과몰입 문제를 지목하고 “과거보다 ADHD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도 진료 인원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고생 ADHD 환자 수는 초등학생 환자 수 대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학생(만 13~15세) 및 고등학생(만 16~18세) ADHD 환자 수는 각각 2만 7816명, 2만 2045명으로 2021년 대비 125.74%, 142.87%씩 늘었다. 특히 중고생의 경우 입시 불안 때문에 ADHD가 없더라도 ‘집중 잘되는 약’이라고 잘못 알려진 약물 치료의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로 과잉 처방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배 교수는 “정확한 진단, 적절한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 및 보건 당국의 균형 잡힌 대처와 학부모·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독] 학교 현장 '초비상' 걸렸다…한 반에 2~3명꼴 'ADHD'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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