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이 보유하고 있는 군정권(군사력을 건설·유지하는 양병(養兵) 권한)과 군령권(군을 작전·지휘하는 용병(用兵) 권한) 가운데 군령권을 떼어내 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넘겨 군이 실질적으로 작전 권한을 행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2·3 비상계엄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국방부 장관이 군정권과 군령권을 모두 장악한 제왕적 권한 탓에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군 부대 동력을 마음대로 동원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견제 장치를 만들자는 취지다.
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미군에 대한 작전지휘와 부대이동, 전략 수립 등 군사적 결정 권한인 군령권은 미 국방부 장관이 직접 행사하지 못하고 인사와 군수, 교육, 예산 등 군대 유지·관리에 관한 행정적 권한인 군정권만 보유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국가안정보장회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이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국방부 장관에게서 떼어낸 군령권은 군 서열 1위 합참의장에게 위임해 군이 보다 폭넓은 작전적 시행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국방부 장관이 군정과 군령, 두 권한을 모두 보유하고 군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합참의장 이하 군의 역할이 크게 위축된 만큼 이제는 군령권을 군에 위임하고 문민 장관은 정책과 행정 등 군정권 영역에 집중하자는 의도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나라에서 국방부 장관이 군령권을 갖고 있지 않는 점도 고려됐다. 이웃 나라 일본의 방위성 장관도 정책·조정 기능만 가질 뿐 작전 지휘권은 통합막료장과 각 자위대 지휘관에게 부여됐다.
대표 발의 개정안 주요 골자는 정부조직법 제33조(국방부) 제1항 중에 ‘국방에 관련된 군정 및 군령과 그 밖에 군사’를 ‘국방 정책·예산·인사·조직관리, 군사시설 등 군정’으로 수정해 국방부 장관은 국방 정책·예산·인사·조직관리, 군사시설 등 군정에 관한 사무만 관장하도록 명시했다.
미 연방법전, 국방장관 ‘군령권 제한’ 명시
또 연계된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제2조 제1항 중에 ‘국방부장관 및 국가정보원장’을 ‘국방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및 합동참모의장’으로, 제6조 중 ‘관계 부처의 장, 합동참모회의 의장 또는’을 ‘관계 부처의 장 또는’으로 수정해 국가안전보장회(NSC)에 합참의장을 당연직 구성원으로 포함시켜 국군의 민주적 통제와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군사 지휘의 전문성 제고 간의 균형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방부 장관은 국방 정책·예산·인사·조직관리, 군사시설 등 군정에 관한 사무만을 관장하고 군령권은 합동의장에게 위임해 군 작전 지휘의 전문성 제고 및 신속한 작전 수행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다.
미국의 연방법은 국방부 장관은 인사·예산·정책 등 군정권을 행사해도 군령권은 직접 행사하지 않고 대통령이 전투사령관에게 위임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수차례 국방개혁 논의 과정에서 군령·군정권 분리를 추진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64년 만에 문민 출신 국방장관 시대를 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문민 장관의 군령권 행사 분리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안 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합참의장의 군령권을 보장하고 작전적 시행은 군에 폭넓게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민 장관의 ‘군사작전 전문성이 없다’는 우려에 대해 군에게 ‘폭넓은 권한 위임’ 방침을 제시하며 군령권 분리 가능성을 열어 뒀다.
강선영 의원은 국방부 장관의 군정권과 군령권 분리 필요성에 대해 “12·3 계엄에서 군 최선임자인 합참의장이 배제되고 군 부대가 동원된 것은 국방부 장관이 군정권과 군령권을 모두 보유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군사작전 경험이 전혀 없고 군 출신 대비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문민 국방부 장관에게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군령권 보좌를 맡기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군령권은 군에 위임하고 민간 출신 장관은 군 행정·전략을 맡는 지휘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