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과목 ‘피부과’ 간판을 내걸고도 단순 습진 같은 질환조차 다루지 않은 의원이 최근 4년 동안 52곳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피부 질환 진료가 전혀 없었다는 건 곧 보톡스·레이저 등 미용 시술 위주로 운영됐다는 의미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새로 개설된 의원급 의료기관은 2550곳이었다. 이 가운데 피부과가 704곳(27.6%)으로 가장 많았고, 내과(265곳), 가정의학과(246곳), 성형외과(240곳) 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들어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선택하는 비중이 더 높아졌다. 같은 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까지 일반의가 새로 연 의원급 의료기관은 176곳이었는데, 이 중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곳이 146곳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이어 성형외과(49곳), 가정의학과(42곳), 내과(33곳), 정형외과(30곳) 순이었으며, 한 의료기관당 평균 2.4개 과목을 신고해 총 421과목이 등록됐다. 현재 관련 규정상 진료과목의 신고 개수에 대해선 따로 제한이 없다.
서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서는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건강보험 급여 청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피부과 의원이 52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병원은 ‘OO피부&에스테틱’ ‘OO스킨클리닉’ 등 피부과 간판을 내걸었지만, 실제 피부 전문의 진료는 이뤄지지 않고 레이저 등 비급여 시술만 제공하는 경우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구에 33곳(63.5%)이 몰려 있었다.
다만 일반의 중에는 수익 목적이 아니라 오진이나 치료 지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진료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대한피부과학회 조사에 따르면 비전문의·비의료인 시술에서 발생한 부작용 비율은 88.5%로, 전문의 시술(11.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편 현행 의료법상 일반의가 환자를 돌려보내더라도 제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이 원칙적으로 진료 거부를 금지하면서도 ‘전문지식 부족’을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약재 미구비, 인력 부족 등도 진료 거부가 가능한 사유에 포함된다.
피부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곳을 찾기 위해선 대한피부과의사회 홈페이지 ‘우리 동네 피부과 전문의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모든 병원이 표기돼 있지는 않기 때문에 직접 병원 홈페이지를 확인하거나 유선 통화로 ‘질환 진료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서미화 의원은 “진료 거부로 인한 위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