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 올해 3분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코스닥 중소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침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에 힘입어 반도체 주가가 큰 폭 오르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종목 선택 능력이 탁월해 국내 주식 성과가 양호하다는 국민연금도 코스닥 시장에선 손실을 내왔던 만큼 이번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3분기(7~9월) 중 지분 5% 이상 신규 취득해 공시 의무가 발생한 상장사 18개사 가운데 소부장 기업은 8곳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지분 5% 이상 보유한 대량보유 종목에 대해 공시 의무를 부담한다. 이 중 1% 이상 지분변동이 있을 경우에도 공시를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신규 투자한 소부장 기업은 반도체 관련 코스닥 상장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먼저 반도체 장비 부품의 세정·코딩 기업인 코미코 지분을 5.2% 취득했다. 코미코는 TSMC의 글로벌 확장, 중국 반도체 자립, 삼성파운드리의 미국 확장 등 반도체 사업에 빠지지 않는 업체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8월 22일 52만 7136주를 취득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주가가 38.51% 상승했다.
솔브레인은 식각액 등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화학 소재업체다. 국민연금이 지분 5.02%를 취득한 9월 10일 이후로만 33.10% 오르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유진테크 역시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로 D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8월 27일 국민연금이 투자한 이후 주가 상승률이 59.34%로 크게 올랐다.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업체인 ISC도 5.15% 투자했다. 반도체 칩 개발·양산 과정에서 필수인 테스크 소켓을 만들고 있는데 마세계 최초로 실리콘 소재 양산에 성공했다. ISC 주가는 9월 18일 국민연금 투자 이후 9.91% 올랐다. 국민연금이 5.02% 투자한 에스앤에스텍은 반도체·디스플레이용 블랭크 마스크를 생산하는 소재 업체다. 올 들어 주가가 95.7% 상승했으나 국민연금이 투자한 9월 12일 이후로는 1.38% 하락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덕전자 지분 비중을 8.38%에서 12.87%로 4.49%포인트 확대하는 등 보유 중이던 소부장 투자도 적극 확대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대덕전자 가동률이 90%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D 낸드 관련 장비주로 꼽히는 케이씨텍 지분도 7.55%에서 8.55%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코스피 대형주를 중심으로 비중을 축소했다. DL이앤씨, 이마트, LG생활건강, 한국콜마, 현대건설, GS건설 등 국내 경기에 민감한 동시에 대형주로 꼽히는 종목들이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국내 주식 성과의 대부분을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뒀다. 우민철 한국거래소 부장과 양철원 단국대 교수가 최근 한국재무학회지에 게재한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성과와 능력’ 논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09~2018년 국내 주식 1441개 종목을 투자했는데 유가증권시장이 699개, 코스닥시장이 742개다. 통상 국민연금이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더 많은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수익은 대부분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생했다. 해당 기간 국민연금 수익률은 월 평균 0.57%로 연 환산 6.84%를 기록했다. 이를 세분화하면 코스피 수익률이 0.58%, 코스닥 수익률이 –0.1%로 압도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우 부장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에서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코스닥 투자 성과는 벤치마크를 밑돌기 때문에 코스닥 주식 운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