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진행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용적률이 지금보다 최대 30% 늘어날 예정이다. 정부가 사업성이 낮은 노후 주거지의 정비사업을 촉진할 수단으로 ‘공공 정비사업’을 낙점하고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앞서 정부가 9·7 대책에서 예고한 대로 정비사업 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LH·SH가 주민과 협력해 이끄는 사업…45곳서 진행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와 민주당이 가장 힘을 준 분야로는 공공 재건축·재개발이 꼽힌다. 공공 정비사업은 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사업 시행자가 돼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는 제도다. 민간 주도로는 개발이 어려운 곳에 각종 혜택을 줘 사업을 가능케 한다는 취지로 2021년 도입됐다.
시공사는 주민이 선정하고 공사비 책정, 사업계획 수립 같은 사안들은 LH 등과 주민대표회의가 협의해 결정한다. 현재 수도권 45곳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떤 점 좋아지나…용적률 법적 상한의 1.3배로 상향
국토부는 공공 정비사업도 건설경기 악화의 타격을 받자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각종 특례를 더 주기로 했다. 지금까지 공공정비사업의 용적률은 재개발의 경우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재건축의 경우 법적 상한까지만 올릴 수 있었다. ‘법적 상한 용적률’은 법에서 정한 최대 용적률을 의미한다. 정비사업에서는 용적률이 높을수록 주택 건설 규모고 많아지기 때문에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난다.
법안은 현재 기준에서 더 나아가 공공정비사업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높여주는 내용을 담았다. 3종 일반주거지역과 2종 일반주거지역을 예로 들어보면, 법적 상한 용적률이 각각 300%, 250%이니 1.3배가 되면 390%, 325%까지 용적률을 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민간 정비사업에는 허용되지 않는 특례다.
단 이 특례는 법 시행일 후 3년 동안만 적용된다. 9·7 대책 발표일 기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거나,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신청한 사업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용적률 상향은 공짜가 아니다. 법적 상한을 초과한 용적률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을 임대주택으로 제공해야 한다.
주민 동의 간주 대상도 넓혀 사업 빠르게…수수료 국비 지원
개정안은 공공 정비사업 시행자를 지정할 때 주민 동의를 받았다고 간주할 수 있는 대상도 확대했다. 공공 정비사업의 사업자 지정은 민간 정비사업으로 치면 조합 설립과 비슷한 단계다. LH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67% 이상 등의 동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정비계획 입안 요청 때 동의를 얻었으면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사업 시행자 지정이 더 쉬워지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주민이 시행자에게 지급하는 사업시행 수수료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중화5구역, 1인당 평균 분담금 ↓…"분양가 상한제 적용도 無"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당수 현장의 사업성이 높아져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중랑구 중화5구역은 이번 용적률 특례를 적용해 주택 건설 물량을 기존 1610가구에서 1852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 1인당 평균 분담금이 약 3000만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동작구 흑석2구역, 서대문구 연희2구역, 양천구 신월5구역 등이 용적률 특례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지로 꼽힌다.
그동안 공공 정비사업은 분양가를 높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해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정비사업에서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은 민간 정비사업과 동일하다"며 "특히 공공재개발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규제지역인 강남3구, 용산구에서 진행할 경우 민간 정비사업보다 사업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난다"고 강조했다.
'혜택만큼 늘어나는 임대주택'에 아쉬움도…민간 재건축은 ‘재초환 완화’ 빠져
한편 개정안은 공공과 민간의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내용도 상당수 담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심의를 병합 개최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동시 신청 허용 △민간 정비사업에도 공원녹지 기준 완화 특례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민간 재건축의 경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공공 정비사업도 법적 상한 용적률 초과분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많은 임대주택을 공공기여해야 해 용적률 상향 신청이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