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괴범에게 잡히면 이렇게"…잇따른 사건에 호신술 배우는 초교생들

주짓수부터 이스라엘 무술까지

불안감에 호신술 찾는 학부모들

올 8월까지 미성년 유괴 17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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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박 모(41) 씨는 지난달부터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주짓수 학원에 보내고 있다. 인근에서 초등학생이 납치될 뻔한 사건이 발생하자 불안한 마음에 ‘호신술 가르치는 곳’을 찾아 나섰다. 박 씨는 “옷이나 손목을 잡혔을 때 아이가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는지 배우니 조금은 안심된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아동 유괴 사건이 잇따르면서 호신술을 배우는 학생이 늘고 있다. 주짓수부터 킥복싱, 합기도 등 학원가에서는 ‘유괴 예방’을 내세워 관련 수업을 적극 홍보하는 모습이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만 18세 이하를 상대로 벌어진 약취·유인 사건은 173건으로 집계됐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75건에 달했다. 지난 8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20대 남성 2명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차에 태우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8일 대구에서는 60대 남성이 “짜장면 먹으러 가자”며 초등학생의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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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이 커지자 학부모들은 자구책 중 하나로 호신술 학원을 찾고 있다. 복잡한 기술보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는 요령이나 기본 체력 단련 등이 수업의 핵심이다. 김형익 한국호신술진흥회 원장은 “9월에 유괴 사건이 많아지면서 수업 문의가 8월에 비해 40% 증가했다”며 “초등학생은 범인을 제압하기 어렵기 때문에 뿌리치기 기술이나 20m 빨리 달리기를 위주로 가르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호신술인 ‘크라브마가’나 필리핀 무술 ‘칼리아르니스’를 가르치는 일부 학원에서도 키즈반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호신술 강좌의 수요도 커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청은 8~9월 총 4차례에 걸쳐 ‘실전적용 호신술 특강’을 열었다. 4개 강좌 모두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보통 20대 여성이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초등학생도 가족과 함께 신청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한 아이는 배운 기술로 아버지를 넘어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호신술뿐만 아니라 호루라기나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을 찾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호신용품’ 검색량은 9월 들어 4배 이상 급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 호신용품이나 위치추적 어플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미성년자 유괴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등·하교 시간대에 맞춰 학교 인근에 경찰관을 집중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경찰, 기동순찰대, 학교전담경찰관 등 총 5만 5186명이 동원된다. 대검찰청도 전국 검찰청에 사건 초기부터 경찰과 협력해 구속영장을 신속히 청구하라고 지시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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