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세계 4위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인수 추진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는 두나무와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글로벌 인공지능(AI) 사업 확장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테이블코인이 AI 에이전트가 국경을 초월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두나무와 자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할 경우 AI 에이전트의 글로벌 진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 에이전트의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예측되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점하면 AI의 전 세계 확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거래에 요구되는 글로벌성·실시간성·투명성을 충족하는 수단으로 꼽힌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전송할 수 있고 수수료 부담도 낮으며 투명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경을 초월한 결제가 한층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비용또한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또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치 안정성이 높다는 것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제레미 알레어 서클인터넷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에이전틱 경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중개형 가치 교환 시스템을 토대로 구축될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교환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클은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USD코인(USDC)의 발행사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은 상용화 과정에서 높은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스테이블코인이 AI 에이전트 간의 화폐 역할을 수행하고 AI 에이전트 상용화에 기여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제도가 구체화된다면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에이전트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 높다”고 전했다.
네이버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선점하면 커머스 특화 AI 에이전트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쇼핑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미국 포시마크·일본 소다·스페인 왈라팝·한국 네이버플러스 스토어·크림 등 네이버 커머스 생태계가 연동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를 들어 국내 이용자가 “예산 20만 원, 러닝화”라고 명령하면 에이전트가 네이버 글로벌 생태계에서 상품을 찾아내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까지 마치는 식이다.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커머스의 역량도 제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올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네이버벤처스 네트워킹 행사에서 “(범용 AI가 아닌) 상거래나 의료 같은 특정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AI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금을 뒷받침할 캐시카우를 얻을 수 있다. 두나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 186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491억 원으로 집계됐다.
AI 패권 전쟁을 벌이는 구글은 이미 AI 에이전트용 스테이블코인 결제 프로토콜 AP2를 공개했다. 코인베이스, 이더리움 재단 등과 협업했다. 코인베이스와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달 AI 기반 자동 결제 표준인 x402 프로토콜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x402 재단’을 공동 설립했다. 이더리움 재단은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을 위해 ‘탈중앙 AI’팀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