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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軍 제공 北 ‘송이폭탄’ 뭐지…폭탄 속 새끼 폭탄 ‘금지 무기’[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중국제 모방 107㎜ ‘Type-75’ MLRS 사용

자탄 36㎜ 구경·폭약 43g·15개 자탄 탑재

성능 조악 불발탄되면 대인지뢰 보다 위험

사진=우크라이나 헤르손시 경찰서 페이스북 캡처사진=우크라이나 헤르손시 경찰서 페이스북 캡처




2년 전 2023년 7월 북한은 민간인 살상 우려로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는 무기인 집속탄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미사일 등의 불법 무기 수출로 외화 벌이를 일삼는 북한이 미국을 대량살상무기 전파 국가로 비난한 것이다.



당시 북한 최선희 외무상은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우크라이나에 대량 살육 무기를 제공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세계를 새로운 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위험천만한 범죄행위로 준열히 규탄하며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발혔다.

최선희는 집속탄을 북한식 표기인 ‘송이폭탄’이라 칭하면서 “국제적으로 그 사용이 금지돼 있으며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미군이 떨군 송이폭탄으로 인한 피해가 그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패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평화적 주민들의 생명 같은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특등 전쟁 범죄국, 대량 살육 무기 전파국으로서의 미국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세계 앞에 다시금 똑똑히 보여준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1년 뒤 2024년 8월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을 꾸르스끄주 해방작전에 참전시킬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해 6월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지 2개월 만이다.

참전 기간 중에 북한은 러시아에 수백만 발의 포탄과 1만 5000여 명의 병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2023년부터 러시아에 제공한 포탄과 로켓, 중화기, 병력의 시장가치를 최대 98억 달러(약 13조 5700억 원)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인근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300㎜ 불발 로켓탄이 그대로 박혀 있다. 이 로켓탄에는 대량 살상용 집속탄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 인근에서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300㎜ 불발 로켓탄이 그대로 박혀 있다. 이 로켓탄에는 대량 살상용 집속탄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최근 러시아군이 북한제 집속탄을 사용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도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를 쓴다고 비난한 북한 역시 집속탄을 사용했을 것으로 유추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NK NEWS)가 지난 9월 26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이번 주 우크라이나의 헤르손 지역을 공격하면서 북한제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헤르손 주 경찰 측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적이 집속탄을 사용해 헤르손을 포격하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집속탄 자탄의 세부 표기를 흐리게 처리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텔레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뚜렷한 한글 표기가 발견돼 북한제 집속탄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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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헤르손에서 발견된 북한제 집속탄에 한글로 ‘주-90’이라는 표기가 있다며 이 자탄이 러시아의 240㎜ 다연장로켓시스템이나 북한제 다연장로켓’에서 발사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90의 의미는 북한 주체력에 따른 제조년도 2001년에 제조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집속탄을 구형 재래식107㎜ ‘Type-75’ 견인형 다연장로켓(MLRS)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기는 북한이 중국제 ‘Type-63’ 기종을 모방해 만들었다. 최대 15개 자탄(파편탄)을 탑재할 수 있다. 각 자탄은 36㎜ 구경, 무게 284g, 폭약 무게는 43g인 것으로 전해졌다. 107㎜ 발사기는 북한만 사용한다. 미국산 ‘M-42’ 집속탄 자탄에 비해 값싼 재료를 사용하고 크기를 줄여서 파편화와 충격력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이 매체는 이 집속탄의 성능이 조악해 오히려 민간인에게 더 큰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발사 이후 불발탄으로 남아 마치 대인지뢰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북한제107mm 견인형 다연장로켓(MLRS)에 사용되는 집속탄과 고폭파편탄. 사진 제공=NK뉴스북한제107mm 견인형 다연장로켓(MLRS)에 사용되는 집속탄과 고폭파편탄. 사진 제공=NK뉴스


북한이 2년 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집속탄 지원을 비난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우크라이나戰 전황이 얼마나 다급했는 지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신 북한은 집속탄 지원이 “세계를 새로운 재앙으로 몰아넣을 위험한 범죄”라고 규탄했다.

집속탄은 탄체 하나에 수십~수백개의 자탄(子彈·새끼 폭탄)이 탑재된 폭탄이다. 공중에 흩뿌려진 자탄이 폭발하며 쏟아져 내리는 모습 때문에 ‘강철비’로 불린다. 타이머에 의해 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면서 작은 폭탄이 넓은 지역에 퍼지는 효과를 낸다. 즉 폭탄 하나로 여러 개 폭탄을 쓴 것 같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목표물을 하나로 특정하지 않고 그 주변을 한 번에 폭격할 때 용이하다. 집속탄 한 발의 위력은 축구장 3개를 초토화할 수 있고 1개 중대 병력을 한꺼번에 살상할 수 있다. 살상 면적은 최대 2만2500㎡(6900평)에 이르러 표적을 정하고 목표물을 타격하는 ‘순항미사일’의 폭발 범위가 약 1000㎡(300평)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수십 배 차이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무차별적 살상력 때문에 ‘비인도적 무기’, ‘금지 무기’로 분류된다.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집속탄을 퇴출하기 위해 전 세계는 일찍감치 노력해 왔다. 2006년 레바논을 침공한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집속탄의 40%가 불발되고 이후 민간인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2007년 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46개국이 모여 최초로 집속탄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자는 ‘오슬로 선언’을 채택했다.

이후 2007년 웰링턴 선언과 아일랜드 더블린 회의, 2010년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UN) 집속탄 금지 협약(CCM) 등을 통해 120여개국이 사용을 금지했다. 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과 폴란드, 이스라엘도 국내 안보를 이유로 집속탄 금지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도 집속탄 생산 국가이기도 하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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