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의 수익 구조가 사실상 ‘돌려막기’ 수준이라는 ‘거품론’이 제기된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덕분에 뉴욕 증시의 기술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9.13포인트(0.58%) 오른 6753.72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도 255.02포인트(1.12%) 상승한 2만 3043.38에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0포인트(0.00%) 내린 4만 6601.78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 가운데서는 엔비디아가 2.20% 오른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0.17%), 애플(0.62%), 아마존(1.55%), 메타(0.67%), 테슬라(1.29%), 넷플릭스(1.95%) 등이 상승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만 0.46% 내렸다.
기술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은 황 CEO가 미래 AI 산업에 관한 ‘낙관론’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CEO는 이날 CNBC의 간판 프로그램 ‘스쿼크박스’에 나와 지난 6일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협약을 체결하면서 자사 지분 10%를 제공하기로 한 부분을 크게 호평했다. 황 CEO는 “상상력이 돋보이고, 독특하며, 놀랍다”며 “AMD가 다음 세대 제품에 기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고 말했다. 황 CEO는 이어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회사의 10%를 내어준다는 데 놀랐다”고 덧붙였다.
앞서 AMD는 6일 오픈AI에 연 수백억 달러 규모의 AI 칩을 공급하는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AMD가 공급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전력으로 환산하면 6기가와트(GW)에 달한다. 이는 원전 6기에 맞먹는 발전 용량이다. AMD는 그러면서 오픈AI에 자사 지분을 최대 10%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도 줬다.
월가의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엔비디아가 지난달 22일 오픈AI에 향후 10년간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 발표와 유사한 내용으로 받아들였다. 오픈AI는 당시 전력 소모 10GW 규모의 엔비디아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GPU 400만∼500만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월가에서는 이 투자가 과거 닷컴버블 시기 일부 통신 장비 업체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순환출자’ 구조와 사실상 같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지원하고 오픈AI가 수익을 내면, 그 돈으로 엔비디아 반도체를 다시 구입하는 식으로 거래가 구성된 까닭이다.
황 CEO는 이에 대해 “투자 구조가 AMD와는 매우 다르다”며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픈AI가 엔비디아와의 거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질문에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긴 하지만 그들에게 아직 그 돈이 없기에 자금은 매출 증가, 주식 발행, 부채를 통해 조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가 되면 우리에게도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투자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우리가 과거 오픈AI에 투자했을 때 후회하는 것은 더 많이 투자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CEO는 또 “AI 모델이 단순한 질문 응답을 넘어 복잡한 추론을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AI 추론 모델은 엄청난 양의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지만, 그만큼 출력 결과가 뛰어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 AI는 충분히 똑똑해져서 모두가 사용하고 싶어 하는 기술이 됐고 지금 두 개의 ‘기하급수적 성장’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CEO는 다만 중국의 AI 굴기와 관련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현재 미국은 중국보다 그리 많이 앞서 있지 않다”며 “중국이 AI를 지원할 전력 인프라를 훨씬 더 빠르게 구축 중이고 에너지 측면에서는 그들이 훨씬 앞서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력망에만 의존하면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데이터센터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자가 발전으로 시작해 핵발전까지 고려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미국 상원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단)’을 끝낼 임시예산안(CR) 처리에 또 다시 실패했다는 소식은 이미 예견된 악재라는 점에서 증시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9일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폴리티코는 이에 대해 “두 임시예산안 모두 부결이 거의 확실하다”고 관측했다.
셧다운 사태는 금과 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호재로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 오른 트로이온스당 4070.5달러를 기록해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도 1.7% 오른 트로이온스당 4050.24달러를 기록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 현물 가격 역시 장중 트로이온스당 49.57달러까지 치솟아 2011년 4월 이후 14년 만에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가 사그라들면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82달러(1.33%) 오른 배럴당 62.55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