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당선 일주일 만에…日자민당서 "다카이치 말고 새 총재 다시 뽑자"[송주희의 일본톡]

공명 연립이탈·다카이치 총리취임 비상

다카이치 X에 "총리 된다면 말이지만"

지명 선거 통과 불확실성 스스로 인정

野 옹립 추진 다마키 "총리 맡을 각오"

당 일각 "이시바 퇴진 취소·총재 재선출"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일본 자민당 총재와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AP연합뉴스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일본 자민당 총재와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AP연합뉴스





일본 첫 여성 총리를 노리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총리 취임에 ‘공명당 연립 정권 붕괴’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일본 정치가 리더십 공백 우려 속 혼란에 빠졌다.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자민당의 국회 과반 확보가 더 멀어진 가운데, 야당의 정권 교체를 위한 ‘총리 단일 후보’로 거론되는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가 “총리를 맡을 각오는 있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다카이치의 등장으로 ‘자민당 집권 독주’가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되자 당내 일부 반(反) 다카이치 인사들 사이에서는 ‘총재 선거 재실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총리가 돼야 말이지만…” 스스로 불확실성 인정


13일 주요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전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당내 인사에 관한 글을 올리며, 총리 취임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그는 내각 구성이 끝날 때까지 본격적인 당 인사에 착수할 수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엔 ‘우선 당내 인사를 진행한 뒤, 내각에 기용할 인물은 당에서 차출한다’는 전제를 전달했기에 (소수 여당이기 때문에, 총리가 된다면... 말이지만) 속도감이 있다”고 밝혔다. ‘자민당 총재=총리 취임’이 당연시되던 관행이 흔들리고 있음을 ‘총리가 된다면 말이지만’이라는 표현으로 시사한 것이다. 4일 만에 업데이트 된 이 X 게시물은 그동안 침묵하던 다카이치가 처한 난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카이치 총재가 복병을 만나 곤혹스러워하는 사이, 야권에서는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대표를 내세운 ‘단일후보 옹립’ 및 ‘정권 교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입헌민주당이 14일 국민민주당·일본유신회에 당수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아즈미 준 간사장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야 3당이 뭉치면 현 상황에서 (총리)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총리 후보로 다마키 대표를 유력하게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명당의 연립 이탈로 야당 3당(입헌민주 114석, 국민민주 28석, 유신 68석)이 힘을 합치면 총 210석을 확보해 자민당 단독 196석을 넘어선다. 이 경우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野서 미는 다마키 “총리 맡을 각오는 있지만…”



야권의 총리 후보로 급부상한 다마키 대표는 “내각 총리대신을 맡을 각오는 있다”고 의욕을 표명했다. 그는 전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 첫 당선 이후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정국”이라며 “2009년 정권교체에 필적하는, 아니 모델이 없는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국가 최고 리더로서 이 나라를 이끌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발언이 입헌민주당의 제안을 곧바로 수락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마키 대표는 “총리대신은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지위이기 때문에 정권을 함께할 파트너 정당은 안보정책 등에 대해 확실한 일치가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입헌민주당과의 정책 차이를 지적한 것이다. 입헌민주당은 탈원전·복지 강화를 내세우는 진보 성향인 반면,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는 원전 재가동·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노선에 가깝다. 이에 대해 아즈미 간사장은 “원전 재가동을 전혀 부정하지 않는다. 장래적으로 제로를 목표로 한다는 이념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조건을 충족한 원전 재가동은 용인하고 있다”며 “기꺼이 협의하겠다”고 반응했다. 이어 “정말 총리가 되고 싶다면, 1~2개 정책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력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식으로 조건을 내거는 것은 총리가 될 진정한 각오와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다마키 대표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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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데쓰오 일본 공명당 대표/AP연합뉴스사이토 데쓰오 일본 공명당 대표/AP연합뉴스


공명 “총리 결선투표시, 이탈 즉시 野 대표 이름 쓰긴 좀…” 변수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과 야권 양쪽에서 구애를 받게 된 공명당은 이번 총리 지명 선거에서 사이토 데쓰오 자당 대표에 투표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총리 지명 선거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하면 상위 두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치러지며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가 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면 중의원의 결과가 우선된다. 사이토 대표는 1차에서 판가름이 나지 않고 결선 투표까지 갈 경우엔 “정치 상황을 보고 잘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자민당과 26년간 (연립)해왔는데, 이탈한 즉시 야당 당수의 이름을 쓰는 것은 나 자신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민당과 다시 연립정권을 구성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한 기업·단체 헌금에 대한 조건 등을 모두 받아들여준다면 협의를 거부하지 않겠다”면서도 “이탈의 결단은 무게가 있어 가볍게 ‘바로 돌아가겠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이토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자민당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되, 당분간은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총리 지명선거 결선투표에서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자민당에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자민 일각 “이시바 퇴진 물리고, 총재 다시 뽑자"


후네다 하지메 전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자민당 홈페이지후네다 하지메 전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자민당 홈페이지


상황이 악화하자 자민당 내 반(反) 다카이치 인사들 사이에서는 ‘총재 재선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후나다 하지메 전 경제기획청 장관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카이치 총재가 물러나 조속히 총재선거를 다시 실시하고, 새 총재 아래에서 연립 틀을 포함한 정권 구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나다 의원은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을 추천했으며 4일 결선투표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에게 투표했다. 그는 “안팎의 비상사태에서 정권을 내던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이시바 총리가 퇴진 표명을 철회하고, 현안 처리 및 공명당과의 관계 재논의에 나서는 방안도 제시했다. 당분간 총리와 당 총재가 다른 '분리 시스템'으로 국정 운영을 이어가자는 이야기다.

일본 국회의 총리 지명선거는 당초 15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현재 20일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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