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이 올해 4분기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 기술주 등 하락 위험이 높은 종목을 선별해 공개했다. 특히 금융 섹터를 중심으로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하면서 고평가된 테마에 대해 밸류에이션 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은 미국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기반의 'Top Short Ideas(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공매도 추천 종목)' 보고서에서 금융주를 대표적인 4분기 하락 유망 종목으로 지목했다. 트래블러스 컴퍼니스, 링컨 내셔널, 티로웨 프라이스, 텍사스 캐피털 뱅크셰어스, 오포툰 파이낸셜 등 5개 금융주에 대해 비중 축소(Underweight) 의견이 나왔다. 올해 내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금융 섹터는 고금리에 힘입어 전반적인 강세를 보였다. 다만 JP모건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가능성, 관세 압박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래블러스 컴퍼니스, 링컨 내셔널 등 보험주의 경우 올해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가격 메리트가 약화했다고 평가받았다. 올해 두 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12.13%, 19.96% 올랐다. JP모건은 상업용 보험 부문의 성장 둔화, 높은 부채 구조와 제한된 자본 여력 등을 이유로 하방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미 올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자산운용사 티로우프라이스와 중형 상업은행 텍사스캐피털뱅크셰어스는 순이자마진 축소·운용 보수 감소 등 구조적 리스크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금융주 외에도 인공지능(AI) 랠리로 과열된 기술주를 또 다른 하락 예상 종목으로 뽑았다. 올해 들어 S&P500 기술 섹터는 20% 넘게 상승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일부 개별 종목은 실적 대비 과도한 주가 수준과 성장세 둔화로 오히려 조정 압력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은 모빌아이 글로벌, 스카이웍스 솔루션스, 퀄리스 등을 4분기 최우선 공매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모두 AI·자율주행·보안 플랫폼 등 기술 성장 테마로 분류되는 기업으로, 최근 나스닥 급락을 주도한 메가테크 조정 흐름의 2차 파급군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번 보고서를 두고 고평가 성장주에 대한 경계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JP모건의 숏리스트는 단기 매매 전략보다는 밸류 조정이 불가피한 종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그널"이라며 "성장주 편중이 심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우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