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저평가받던 '뉴코 기술이전'의 반전… 디앤디-멧세라가 증명한 것

빅파마 이전보다 빠르게 개발 가능

나이벡·에이비온 등 기술수출 주목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 사진 제공=디앤디파마텍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 사진 제공=디앤디파마텍




디앤디파마텍(347850)의 파트너사인 멧세라가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뉴코(NewCo)’ 모델이 재조명되고 있다. 뉴코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이 특정 물질이나 기술을 중심으로 별도 회사를 세워 신약을 상용화하는 사업 방식이다. 기존 국내 시장에서는 뉴코로의 기술수출을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충분한 자금으로 효율적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멧세라의 주가는 화이자 인수 발표 전인 지난달 19일 33.32달러에서 현재 52.87달러로 58.7% 상승했다. 멧세라는 디앤디파마텍에서 기술이전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DD02S’ 등 6개 신약 물질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기업이다. 이번 인수 결정으로 디앤디파마텍이 사실상 화이자의 파트너사가 되면서 멧세라는 국내 시장에 성과를 보여준 대표적인 뉴코 기업이 됐다.

기존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뉴코에 기술수출했을 경우 빅파마 대비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었다. 디앤디파마텍이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당시 한국거래소에서도 뉴코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멧세라와의 기술이전 계약 관련 더 엄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기업명을 비공개로 요청하는 등 은밀한 경영 방식 탓에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멧세라의 성공 사례로 뉴코 모델의 장점이 국내 시장에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으로부터 기술도입한 물질이 중심이 되는 만큼 자원을 집중해 효율적인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은 뉴코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수많은 신약 물질을 보유한 빅파마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 전략 변화 등으로 개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심지어 기술이 반환될 위험성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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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마텍 외에 뉴코에 기술수출한 국내 기업으로는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 네비게이터메디신과 9억 4475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B-1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네비게이터메디신 또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서 기술이전한 물질을 중심에 두고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 나이벡(138610)에이비온(203400)도 미국 소재 뉴코와 각각 4억 3500만 달러(약 6000억 원), 13억 15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기술이전 파트너사인 뉴코 기업의 자금력이 충분한지다. 멧세라의 경우 미국의 주요 VC인 아치벤처파트너스와 파퓰레이션헬스파트너스가 주축이 돼 설립한 기업이었다. 네비게이터메디신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 기술이전 계약 이후 1억 달러(약 1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때는 더 큰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뉴코 경영진의 이력도 중요한 평가 요인이다. 나이벡의 경우 특발성 폐섬유증 및 폐동맥 고혈압 관련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배출해낸 인력이 회사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뉴코 기업은 빅파마 출신의 성공적인 신약 상용화 경험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빅파마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기술이전 및 M&A에 유리한 데이터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은 뉴코와의 협업으로 신약 개발 노하우와 역량 축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뉴코의 메인 투자자가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대규모 자금이 임상을 끌고 갈 수 있다”며 “뉴코의 적극성과 자금력을 생각하면 애매한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것보다 뉴코 기술이전이 훨씬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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