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창사 이래 첫 배당 지급에 나설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익잉여금이 무려 4조 원이 넘어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내외 무역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데다 글로벌 회사들과의 경쟁도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 배당 지급을 서두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한화오션(042660),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스퀘어(402340), 크래프톤(259960) 등과 함께 코스피 입성 이후 ‘무(無)배당’ 기조를 유지 중이다. 2011년 설립 이후 단 한번도 배당 지급을 실시하지 않은 삼성바이오는 2022년 정기주주총회 당시 2025년 이후부터 “잉여현금흐름(FCF)의 약 10% 내외 범위에서 현금 배당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올 3월 발간한 사업 보고서에서는 “연내 배당 정책에 대한 검토와 안내가 있을 예정”이라고 전하며 기대를 키웠다.
배당 지급 여력은 충분하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집계한 연결 기준 올해 삼성바이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1조 9274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1조 3201억 원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배당 실탄도 확보한 상황이다. 올 2분기 별도 기준 삼성바이오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대비 7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4조 1031억 원이다. 2021년 말 7662억 원과 비교했을 때는 5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새로운 사업이나 설비 투자, 연구개발(R&D), 부채 상환 등을 목적으로 벌어들인 순이익 중 일부를 회사 내부에 유보한 금액으로 경영진 판단에 따라 배당 재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호실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 역시 배당 지급 기대를 키운다. 삼성바이오 주가는 올 들어 10%도 안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0%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배당 지급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미래를 대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글로벌 제약사의 예산 축소나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현금 보유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스위스의 론자,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의 후지필름 등 글로벌 CDMO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도 걸림돌 중 하나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성장을 위한 투자가 먼저"라며 “조만간 발표될 배당 정책도 CDMO 간 경쟁과 관세 리스크 등을 고려해볼 때 중장기적인 계획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역시 “현재 인천 송도에 6공장 착공을 준비 해야할 뿐더러 향후 미국 내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 입장에서도 유보금을 보유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