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수사 과정에서는 물론 이른바 ‘김건희 집사’ 사건 조사 과정에서도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의 강압·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공무원 A 씨 측이 ‘강압적 수사를 받았다’고 폭로한 데 이어 다른 사건 조사 과정에서도 ‘인격 모독’성 발언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특검팀 수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1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집사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올 8월 조사를 받은 한 기업인은 “조사에 참여한 수사진이 ‘이따위 회사에 누가 투자하냐’ ‘완전 사기꾼이네’와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사실 바깥까지 수사관의 고함이 들릴 정도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게 해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해당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별건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는데 강압 수사 주장까지 추가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건희 집사 게이트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예성 씨 역시 지난달 22일 첫 재판에서 “수사 대상을 벗어난 별건 기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양평군 공무원 A 씨의 변호인인 박경호 변호사도 이날 서울 광화문 특검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조서에 묻지도 않은 질문과 대답이 적혀 있었다”며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40쪽 안팎 분량의 A 씨 피의자 신문조서 가운데 일부에 앞서 조사를 끝낸 사람의 진술 내용을 옮겨놓고 A 씨에게는 ‘예’라는 답변을 요구했다는 게 골자다.
박 변호사는 “조서에는 ‘시행사 서류가 오면 그대로 해주라고 군수가 지시했는가’라는 물음에 A 씨가 ‘예’라고 답한 것으로 작성됐다”며 “A 씨는 이런 질문과 답변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조서에 군청 내부 전화로 군수가 전화해 ‘잘 봐줘, 잘 처리해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도 A 씨가 ‘예’라고 답했다 적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A 씨는 (조사가) 하도 힘들어서 고치자고 말을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13일 특검팀에 피의자 신문조서와 심야 조서 동의서에 대한 열람·복사를 신청하는 한편 이를 근간으로 조사에 참여한 수사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앞서 A 씨는 이달 2일 특검팀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후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민의힘이 앞서 공개한 A 씨 생전 메모에는 “진술 내용을 임의 작성해서 답을 강요했다”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어서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A 씨 유서에도 유사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 변호인인 최지우 변호사도 특검팀의 강압·위법 수사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를 한 검사 둘은 변호인이 피의자(김 여사)와 나란히 앉지 못하게 한 바 있고 변호인단은 당시 이의를 제기했다”며 “알기로는 다른 피의자들이나 참고인들의 변호인들도 피조사자와 나란히 앉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조사 시 변호인이) 질문 방법이 잘못됐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담당 검사는 ‘변호인은 가만히 계세요’라고 큰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팀은 양평공흥지구는 물론 어느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회유·강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강압과 회유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감찰에 준하는 경위 조사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면 동의 없이 수사팀이 생전 고인을 상대로 불법 심야 조사를 강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야 조사 동의서는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이어 조서와 수사 과정 확인서 등에 심야 조사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 씨 측 변호인이 요청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심야 조서 동의서 열람·복사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