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내집마련’에 불리해 혼인신고까지 미루는 기이한 현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주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성동구와 마포구의 아파트 값은 각각 0.78%, 0.69%가 올라 6·27 대출 규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성동구 한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이번 주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성동구와 마포구의 아파트 값은 각각 0.78%, 0.69%가 올라 6·27 대출 규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성동구 한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결혼을 하고도 내 집 마련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가데이터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년 이상 혼인신고가 지연된 건수 비중은 2014년 10.9%에서 지난해 19.0%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부부 5쌍 가운데 1쌍꼴로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늦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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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혼인 미신고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혼인신고를 하면 미혼일 때보다 대출 한도와 청약 기회가 줄어들고 취득세도 더 많이 부과되는 등 내 집 마련에 불이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은 미혼자는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일 경우 최대 2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 사실상 맞벌이 부부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다. 주택 청약도 미혼일 때는 각각 청약 가능하나 혼인신고를 하면 가구당 1회로 제한된다. 취득세는 미혼 때 각자 1주택 보유 시 1~3%의 취득세 일반세율이 적용되지만 혼인신고 이후에는 1가구 2주택으로 분류돼 조정대상지역 기준 8%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혼인신고 지연까지 내 집 마련 수단에 동원되는 기이한 현실을 바로잡으려면 주택 관련 대출·청약·세금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진정시킬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너무 과대평가돼 있고 언젠가는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며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지역 확대, 대출 제한, 세제 중과 등 규제 중심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곧 발표한다. 하지만 공급 대책이 빠진 수요 억제 위주의 규제는 또 다른 풍선 효과를 유발해 되레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만 되풀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집값에 전세 매물 실종으로 가뜩이나 삶이 팍팍해진 서민들이 최악의 주거난까지 직면할 판이다. 정부는 섣부른 엄포나 규제 일변도 대책보다 어떻게 하면 양질의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을지를 보다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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