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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예술단체 지방이전’은 사실상 무산?…최휘영 장관 “지역문화 균형과 이전은 …”

14일 국정감사서 문체부 핵심사업에 부정적 입장

민주당 민형배 의원 “2등국민 만들면 안돼” 반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정부에서부터 추진 중인 산하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과 지역균형 발전은 별개의 문제’라고 이것을 확인했다.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은 국립예술단체의 공연에서 호남을 비롯한 지방이 소외되고 있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문체부 산하 8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 실적(공연 횟수)에서 수도권은 최근 5년간 88.1%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1~8월은 89.2%로 더 올라갔다. 8개 단체는 국립정동극장·국립극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서울예술단·국립현대무용단·국립오페라단 등이다.

반면 민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가 포함된 호남권은 1.9%, 영남권은 4.5%에 불과했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최근 문체부가 전 정부 때의 ‘약속’인 국립예술단체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 추진을 재검토 중이라는 한 지방지 보도에 대해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이를 인정하는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민형배 의원이 ‘대구에 국립오페라단, 광주에 서울예술단을 이전한다고 했는데 이것을 왜 다시 재검토합니까’라는 질의에 대해 최휘영 장관은 “지역문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는 것과 서울예술단을 광주로 이전하는 것은…(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예술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에 대해 최 장관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장관은 앞서 지난 9월 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전임 장관의 인사 원칙, 또 인사적으로 이미 이루어진 과도적인 여러 조치들은 저도 지금 찬찬히 다시 살피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까지는 아직 진도가 안나갔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국민의힘이 여당으로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 3월 6일 문체부는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를 공개하며 핵심 전략으로 ‘지역 문화균형 발전’을 첫머리에 세우고 1번 추진 과제로 “국립예술단체 전체의 지역(지방) 이전”을 제시했다. 1번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긴급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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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한국 2035’는 내년에 우선 서울예술단과 국립오페라단을 광주와 대구로 각각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다른 국립예술단체도 이듬해부터 단계적으로 모두 지방 이전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지난 6월 18일 문체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국립예술단체 전체의 지방 이전” 과제는 살아 있었다. 이는 지방에서 강력히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휘영 신임 장관이 본격적인 업무에 나서면서 이 주제는 논의에서 사라졌고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는 물론, 문체부의 주요 업무계획에서도 보이질 않았다. 당사자인 국립예술단체 측은 대체로 지방 이전에 부정적이고 일부에서는 공개 반대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문체부 내에서도 이젠 상황이 바뀌어 ‘국립예술단체의 지방 이전은 물 건너 갔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 관련해서 최휘영 장관과 민형배 의원 대화(전문)>

“오늘 업무보고에 ‘우수한 공연과 전시가 지역(지방을 의미)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고 했는데 그런데 저 표를 보시면 최근 5년간, 문체부 소속 8개 국립예술단체가 있는데, 공연 실적을 분석했더니 공연 횟수가 호남권 1.9%, 영남권 4.5%입니다.(수도권은 88.1%) 올해 1~8월 기준으로 봐도 수도권 공연 비율이 90%입니다(정확히 89.2%). 지역을 저렇게 문화예술의 2등 국민으로 만들어도 괜찮습니까. 국민주권정부는 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민형배 의원) “네, 바꾸겠습니다.”(최휘영 장관)

“바꾸십시요. 그런데 최근 한 언론 보도에서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 재검토, 지역 이전 미지수’라고. 지난번에 윤석열 정권의 문화예술정책을 제가 보니까, 그래도 ‘문화한국 2035’ 나왔을 때 그래도 괜찮다고 여겨진 것이 지역 균형을 고려한 것이었는데, 그 과정의 하나로 대구에 국립오페라단, 광주에 서울예술단을 이전한다고 했는데 이것을 왜 다시 재검토합니까. 앞뒤가 안 맞잖아요.”(민형배 의원) “지역문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는 것과 서울예술단을 광주로 이전하는 것은…. 사실 궤를 같이하고는 있지만….”(최휘영 장관)

“궤를 같이 하면 계속 가야죠.”(민형배 의원) “그래도 이 부분은….”(최휘영 장관) “이것은 흔들리면 안되는 정책입니다. 정말로 지역의 시민들을 문화예술의 2등 시민으로 만들면 안됩니다. 이대로 가면 국민이 두 갈래로 나뉠 겁니다.”(민형배 의원)<끝>


최수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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