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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IB 무신사 '10조 만들기' 전력투구…'국내'와 패션'을 넘어라 [시그널 INSIDE]

국내 패션 플랫폼 포화상태

플랫폼 이외 사업 강화하고

해외 매출 비중 늘려나가야

목표 밸류에이션 달성 가능

무신사 CI가 그려진 한 벽면의 모습. 사진 제공=무신사무신사 CI가 그려진 한 벽면의 모습. 사진 제공=무신사




기업가치 10조 원 이상을 목표로 하는 무신사 기업공개(IPO)를 두고 대형 증권사간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무신사는 그동안 국내 패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는데 이 틀을 벗어나 비(非)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기에 대부분 IB는 무신사가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해외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1조 원의 매출과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최근 실적만으로는 목표 밸류를 달성하기 어려운 만큼 성장성에 중점을 둔 전략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IPO 주관사단 적격 후보(숏리스트)에 든 증권사 대다수는 패션 플랫폼 이외 사업과 해외 확장세에 초점을 두고 발표 전략을 짜고 있다. 무신사는 올해 8월 18일 IPO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상장 추진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래에셋·한국투자·KB·삼성·하나·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 6곳과 JP모건·UBS·씨티 등 외국계 증권사 5곳을 숏리스트에 올렸다. 이들 증권사는 이번 달 20일부터 무신사 주요 경영진에게 목표 기업가치 달성 전략과 공모 구조를 중심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다수 증권사가 현재 무신사 사업의 핵심인 국내 패션 이커머스 이외의 영역으로 눈을 돌린 것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우선 국내 패션 이커머스 시장은 포화 상태에 근접해 있다. 무신사가 동일한 이름의 플랫폼 ‘무신사(이용자 650만 명)'와 ‘29CM(300만 명)’를 운영하는 가운데 에이블리·지그재그 등 경장사의 추격이 거세다. 에이블리는 올해 중순 월간활성이용자(MAU) 수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지그재그는 카카오에서 지분을 인수한 이후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변수까지 고려하면 국내 패션 사업만으로는 IPO 시점에 성장성을 설득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무신사는 최근 패션 온라인 유통 사업 이외의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말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와 손잡고 뷰티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고, ‘무신사 스탠다드’와 같은 자체 브랜드(PB) 사업 확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중고 도소매·판매중개·검수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무신사 유즈드’ 상표를 출원해 중고품 플랫폼 사업을 개시할 수 있게 됐다. 선두에 있는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관 제품군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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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산하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가 출시한 화장품. 사진 제공=무신사무신사 산하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가 출시한 화장품. 사진 제공=무신사


해외 사업 성장은 기업가치 상향을 위해 필수적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1조 2427억 원의 매출과 102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 상반기 매출은 6705억 원, 영업이익은 588억 원으로 집계된다. 무신사 내 일부 고위 인사가 원하는 10조 원 이상의 밸류를 달성하려면 기업가치 산정 때 활용되는 △주가매출비율(PSR) △주가수익비율(PER)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등의 배수를 크게 높여야 하는데 국내외 동종 기업 현황을 살펴봤을 때 이는 여의치 않다. 무신사의 국내 매출 비중은 2023년(99.3%), 2024년(99.7%), 올해 상반기(99.4%) 모두 100%에 근접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 사업에서 성과가 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무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무신사가 2022년 출시한 해외 전용 플랫폼 ‘글로벌 스토어’ 거래 금액은 일본을 중심으로 연평균 260%씩 증가하고 있다. 무신사는 최근 현지 최대 패션 기업인 안타스포츠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해외 패션 플랫폼으로 국내 제품을 유통하는 기업 대상(B2B)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난 확장 흐름이 IPO가 본격화되는 시점인 1~2년 뒤까지 이어진다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담보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주요 증권사는 공모 규모만 1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큰 무신사 딜(거래)을 잡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분위기다. 무신사 상장 주관 숏리스트에 든 주요 증권사 대표 다수는 20일부터 진행되는 무신사 경쟁 PT에 직접 참여한다. KB증권(김성현 대표)·한국투자증권(김성환 대표)·삼성증권(박종문 대표)·신한투자증권(정근수 CIB 총괄 사장)·하나증권(강성묵 대표)의 대표이사가 현장을 직접 챙길 계획이고 미래에셋증권에서도 대표이사 부회장급의 참석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무신사는 본래 IB 업계에서 바라봤던 것보다 높은 IPO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충족해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치면 앞으로 IPO 주관 경쟁에 나설 때 주요 성과로 강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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