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시대다. AI는 산업의 생산성을 다시 정의하고 성장 잠재력 확충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기술은 제조업의 자동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서비스 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창의적 업무 영역까지 혁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디지털·AI 전환과 산업구조 혁신이 결합된 국가 성장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20일부터 23일까지 인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는 이 비전을 역내 공유하고 AI 시대의 경제 협력 방향을 함께 설계해 나가기 위한 자리다. AI·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열리는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는 ‘연결·혁신·번영을 통한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성장(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 Connect, Innovate, Prosper)’이라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비전 아래 APEC 최초로 연계 개최되는 행사다. 이번 회의는 혁신·금융·재정 및 구조 개혁 의제를 하나의 틀 안에서 다루는 통합 정책 플랫폼으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장국인 한국은 회의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의 회복세와 하반기 이후 성장세 확대 전망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산업 및 규제 혁신, 대상별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한 AI 인재 양성 등 미래 성장 전략을 APEC 핵심 의제와 연계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특히 기업·공공·국민 전 분야에서 추진 중인 AI 대전환 방향을 소개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기반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 강점을 지닌 한국이 선도하는 AI 로봇, AI 모빌리티, AI 팩토리 등 ‘피지컬 AI 7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를 뒷받침할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금융 지원 과제를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러한 방향과 전략을 회원과 공유함으로써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의 비전을 역내 협력 브랜드로 발전시키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AI·디지털 확산에 따른 역내 산업구조 변화와 생산성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APEC 차원의 AI·디지털 경제 협력 방향도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여기에는 AI 활용 역량 강화, 데이터센터 및 컴퓨팅 자원 등 데이터 인프라 확충, 정책 공유 등 협력 매커니즘 강화를 통한 AI 투자 생태계 조성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재무장관회의 및 구조개혁장관회의 의제와 연계해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가 참여하는 새로운 정책 협력 모델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2015년 필리핀 세부 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수립된 ‘세부 액션 플랜(Cebu Action Plan)’의 후속 로드맵인 ‘인천 플랜(Incheon Plan)’이 논의되는데 이는 향후 5년간 APEC의 경제정책 협력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협력의 틀을 토대로 APEC 21개 회원국은 AI·디지털 전환의 정책 사례를 교차 검토하고 상호 학습하며 공동의 도전 과제와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함께 모색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AI 시대라는 글로벌 대전환기에 대응해 APEC이 정책 공유와 집단지성의 ‘정책 인큐베이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