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에 가득한 미세먼지가 온난화로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박상서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14개 도시에서 수집한 미세먼지의 화학 시료와 광학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속에는 황상염과 질산염의 비중이 높다. 조사 결과 황산염·질산염처럼 빛을 산란시키는 성분 비율이 높을 경우 ‘단일산란알베도(SSA)’ 값이 커졌다. 단일산란알베도는 공기 중 입자가 들어온 빛을 얼마나 반사(산란)하고 흡수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1에 가까울수록 빛을 주로 반사하고, 0에 가까울수록 빛을 흡수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속 성분이 태양의 빛을 강하게 산란시키는 ‘반사형’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멕시코시티의 경우 그을음 성분(블랙카본)이 상대적으로 많아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흡수형 특성이 두드러진다. 블랙카본처럼 흡수성 성분이 많아질수록 SSA는 줄어들었는데, 특히 파장이 긴 영역(870~1020nm)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졌다. 또 대기 중 흙먼지(미세토양)의 양이 많아질 때는 파장별 산란 특성(dSSA, rSSA)이 급격히 변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그 결과 연구팀은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햇빛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내리는 효과가 있고 멕시코시티의 초미세먼지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 온난화의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제1저자인 엄수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농도 차이를 넘어서, 성분의 차이가 대기의 광학적 거동과 기후 효과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모델링 등이 아닌 실측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초미세먼지 농도뿐 아니라 성분 변화를 대기질과 기후 연구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광학 특성 데이터만을 이용해 미세먼지의 성분별 독성 차이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했다”며 “향후 대기질 예보, 보건 정책 수립의 정확도를 높이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UNIST 동남권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센터장 송창근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됐다. 미국화학학회에서 발행하는 환경 분야 저명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IF=11.3)’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