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순두부

김남극





새벽부터 비가 내리거나



천둥 치고 번개 치면

누군가 내가 그리워 저 산 너머에서

순두부 한 그릇 데워 펴 놓고

한없이 마당가를 바라볼 듯하여

마당가에 나가 감자꽃 보고



뒤란에 가 양귀비꽃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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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들이치는 빗물 보다가

문득 울음이 났다

울음이 그득한

저 빈 양푼처럼 나는

늘 서늘하다

천둥 스피커로 부르는데 왜 못 들은 체하는가. 번갯불 플래시로 비추며 찾는데 왜 후미진 골목으로만 숨어드는가. 모든 걸 용서할 테니 돌아오라고 모락모락 손짓하는데 왜 젖은 맘으로 헤매는가. 처음 원인이 아니니 용서할 것도 없다고, 햇살 이모티콘도 방긋방긋 보내 주는데 왜 마주 보지도 못하는가. 구름 순두부 둥둥, 노을 누룽지 타는데 왜 주린 배 쓸어안고 객지로 떠도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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