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피스는 미국과 한국의 우정이 일상 속 깊이 자리 잡은 도시입니다. 효성하이코가 멤피스를 위해 전력 시스템을 생산하고 현대자동차와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에 못지 않는 문화적 교류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브룩스미술관의 조이 카(사진) 관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3년 간의 전시 및 큐레이터 교류 협업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자유롭게 공유돼야 한다는 공동의 철학 아래 1년에 걸쳐 진행됐다”는 두 기관의 협업은 16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첫 교류의 주인공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 : 멤피스 블랙 사운드 사진 기록’ 전시다.
두 기관의 협업은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은 문화와 예술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멤피스미술관이 한국 예술을 미국에 소개하고, 아르코가 미국 남부 문화를 한국 관람객에 선보이는 식이다. 멤피스미술관은 109년 역사의 멤피스브룩스미술관이 내년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1만 1000여㎡ 규모로 새롭게 개관하는 곳이다. 주 예산 포함 약 1억 8000만 달러(2500억 원)가 투입되고 세계적인 건축가 그룹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건축 설계와 디자인을 맡은 미국 남동부 최대 규모의 문화 프로젝트다.
카 관장은 “아르코와의 협업은 멤피스미술관의 첫 공식 국제 파트너십”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우리 모두에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한 면모, 대담하고 혁신적인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들이 활약하는 현대적인 미 남부를 소개할 것”이라며 “그와 동시에 미국인이 한국 문화예술을 새롭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는 프로젝트를 기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 관장은 이번 교류가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예술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예술가와 큐레이터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일은 기술 엔지니어가 전문성을 공유하는 일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의 첫 협업 전시 역시 이런 취지로 기획됐다. 1920~1979년 멤피스에서 촬영된 전설적인 흑인 음악가들의 사진을 통해 현대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인 멤피스의 이야기를 한국 관객들에 전하는 전시다. 사진들은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흑인 소유 상업 사진 스튜디오로 꼽히는 ‘훅스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유산이다. 이 스튜디오는 멤피스 음악의 성지 빌스트리트에서 1980년대까지 80년가량 운영하며 수 세대에 걸친 흑인 가정과 문화예술인을 촬영해 10만 장이 넘는 사진을 남겼다. 이중 40년간 창고에 잠들어 있던 7만 5000여 장의 이미지가 미술관에 기증됐다.
카 관장은 “미 남부의 역사와 생활을 기록한 희귀한 기록물로 멤피스미술관의 핵심 소장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귀중한 소장품을 선보일 첫 국외 장소로 서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서울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예술 도시 중 하나이다. 미 남부의 새로운 문화적 변화를 이끌고 그 이야기를 세계에 공유하려는 멤피스미술관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이상적인 장소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수출품이 된 ‘K팝’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짚었다. 21세기 K팝이 세계 음악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멤피스 역시 20세기 전반에 걸쳐 전 세계에 음악을 전파해 온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카 관장은 “K팝을 들을 때 종종 멤피스를 만든 음악적 전통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의 K팝과 멤피스의 블루스·R&B는 모두 음악과 이미지, 문화를 혼합해 정체성과 연결에 관한 다층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