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점심값 급등)이 지속되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는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편의점들은 때 아닌 도시락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22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GS25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외국인 결제수단 내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도시락 매출신장률인 22.9%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외국인 도시락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2021년 역성장세를 보이다 2022년 28.6%, 2023년 75.6%, 지난해 67.0% 등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U의 경우도 5년 전에는 외국인 도시락 매출이 30% 감소했지만 2022년부터는 매년 두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도 36.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도 외국인 도시락 매출이 40% 급증했다.
이는 최근 몇 년 새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데다 K콘텐츠 열풍으로 불닭볶음면이나 김밥 등 K푸드를 찾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올 들어 8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1237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이 추세라면 2019년 기록한 사상 최대치 17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외식 한 끼 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는데 반해 편의점 도시락은 5000원 대인 점도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편의점 도시락은 경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통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이하면 저성장 신호로 보는데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급증한 2022년부터 국내 GDP 성장률은 2% 내외를 기록했다.
편의점들은 도시락 구색을 확대하며 수요를 더욱 늘릴 방침이다. 세븐일레븐은 국내외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주 대표 음식 ‘흑돼지’를 활용한 ‘제주흑돼지불백도시락’(5500원)과 ‘제주흑돼지김밥’(3500원)을 출시했다.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흑돼지는 감귤, 커피와 함께 가장 선호하는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GS25는 2014년 출시돼 큰 인기를 끌다가 단종된 ‘혜자로운’ 도시락을 올해 초 11년 만에 재출시하기도 했다.
편의점의 한 관계자는 “K푸드에 대한 관심 속에 라면과 함께 도시락을 즐기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구색을 확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