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거래 대금이 50조 원에 육박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유동성 장세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를 합친 일일 총 거래 대금은 48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단기 과열 신호”라는 경계론과 “유동성 랠리 초입”이라는 기대론이 엇갈린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총 거래 대금은 47조 9703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 대금이 각각 20조 1228억 원, 9조 9040억 원으로 총 30조 281억 원을 기록했으며 넥스트레이드 프리·메인·애프터마켓 거래 대금은 17조 7435억 원에 달했다. 9월 초 총 19조 9747억 원, 이달 초 25조 2931억 원 대비 각각 140.1%, 89.5% 급증한 수치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거래 대금 50조 시대’ 진입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급 주체별로 보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의 외국인 매수액은 9월 초 3조~5조 원대 수준이었지만 전날 8조 원대로 뛰었고,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역시 7조~8조 원대에서 16조 원대로, 기관도 1조~2조 원에서 4조 원대로 증가했다.
증시 활황으로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머물던 투자자들까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로 은행 고금리 예적금이나 특판 상품에만 가입하던 고령 고객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 방법과 주식 매수·매도 방법을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나만 주식 안 한다’는 심리로 뒤늦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27일 기준 81조 911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단기 과열 신호냐, 유동성 랠리의 초입이냐를 두고 해석이 나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증시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소수 주도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돼 일부 종목들만 제한적으로 급등했다”며 “이번 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APEC 정상회의, M7 실적 발표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차익 실현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 6379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충격이 이어졌던 4월 7일(2조 957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단기 차익 매물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열어두되,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을 고려하면 조정 시 분할 매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가 350조 원 수준으로 빠르게 상향됐는데, 이익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적용해도 적정 코스피는 4000대로 계산된다”며 “신용융자가 25조 원대로 증가했지만 전체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2021년 고점 대비 낮고, 예탁금도 80조 원을 넘는 등 대기자금이 충분해 유동성 랠리의 본격적인 초입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